로맨스의 꿈은 끝났다. 캐서린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최근 품었던 황당한 공상은 이미 일련의 실망을 겪어 왔지만 헨리의 간결한 이 한마디에 철저하게 깨졌다.
정말 지독하게 부끄러웠다. 정말 쓰라리게 울었다. 그녀 자신도 추락했고 헨리까지도 추락시켰다. 이제 와서 보니 거의 범죄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던 상상력인데,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는 그녀를 영원히 경멸할 것이다.
터무니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벌인 일을 계속 곱씹어 보니, 여차하면 놀라 자빠지겠다고 작정하고 덤벼든 상상력으로 하나하나의 소소한 정황마다 중요한 의미를 붙여 가며 결국 이 모든 망상을 혼자 만들어 냈고 아예 사원에 오기 전부터 그럴 작정으로 안달하면서 모든 것을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끌고 왔다는 사실이 여지없이 분명해졌다.
노생거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다. 바쓰를 떠나기 훨씬 이전부터 여기에 홀려서 엉뚱한 짓을 꾸며 왔는데, 이 모든 것이 거기서 미친 듯 빠져들었던 독서의 영향이지 싶었다.
그녀로서는 어떻게 생겼든 옻칠한 건 뭐든 꼴도 보기 싫은 지경이었다. 그래도 지난 잘못을 때때로 환기하는 것이 고통스러울망정 쓸모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렇듯이, 당신 감정은 인간 본성에 참 충실해요. 그런 감정을 잘 연구하면 인간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명색이 시골 마을 유지인데, 지나치게 무심하단 소리를 들을 거다. 몰란드 양, 조금만 시간과 관심을 바쳐서 될 일이라면 이웃을 기분 나쁘게 하지 말라는 게 내 원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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