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분에 캐서린이 모두 포기하고 더 이상 개일 거라고 우기지 않자 하늘이 저절로 개기 시작했다. 한 줄기 햇살마저 비쳐서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주변을 돌아봤다. 구름이 흩어지고 있었고, 창가로 달려간 그녀는 반색했다. 십 분만 더 있으면 분명 화창한 오후가 열리고 "언젠가 비가 그치겠지"라던 앨런 부인이 옳았음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캐서린이 친구들의 방문을 기다려도 되는지, 틸니 양이 길을 나서기에는 비가 너무 많이 온 게 아닌지는 좀 두고 볼 일이다.
쏘오프는 말에게 뭐라고 중얼거렸고, 그녀는 깨진 약속, 무너진 기둥, 사륜마차, 눈을 속이는 양탄자, 틸니 남매, 성안의 비밀스러운 문 등을 차례차례 떠올렸다. 아게일 빌딩을 통과할 때 그의 짝이 말을 걸어와 정신을 차렸다. "저 아가씨가 지나가면서 당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던데, 누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