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시대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큰 격변이 일어났고 우리는 폐허 가운데 서 있다. 우리는 자그마한 보금자리를 새로 짓고 자그마한 희망을 새로 품기 시작하고있다. 이것은 좀 어려운 일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순탄한길이 이제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물을돌아가든지 기어 넘어가든지 한다. 아무리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 P7
그들은 한달 동안 신혼 생활을 했다. 그런 다음 클리퍼드는 플랜더스"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여섯 달 뒤에 다시 영국으로 후송되어 왔는데, 부상으로 몸이 바스러지다시피 한 상태였다. 그때 아내 콘스턴스는 스물세 살,그는 스물아홉 살이었다. - P8
삶을 향한 클리퍼드의 의지는 놀라웠다. 그는 죽지 않았고, 바스러진 몸은 다시 아물어가는 듯했다. 이 년 동안그는 의사의 치료를 받았다. 그런 뒤 그는 치유되었다는선고를 듣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다만허리 아래 하반신은 영원히 마비되었다. - P8
그의 아내 콘스턴스는 혈색 좋고 시골 분위기가 나는 여자로 부드러운 갈색 머리칼에 몸이 튼튼했으며, 동작이 느린 듯했지만 발산되지 못한 활력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커다랗고 파란 두 눈은 놀란 듯했고 목소리는 부드럽고상냥하여, 고향의 시골 마을에서 갓 올라온 사람처럼 보였다. - P10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한때 유명했던 왕립 미술원 회원인 노(老) 맬컴 리드 경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라파엘 전파(派)의 색채를 띠던 전성기 페이비언 협회"의 교양 있는 회원이었다. 예술가들과교양 있는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 콘스턴스와 그녀의 언니힐더는, 말하자면 미적 측면에서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들은 부모를 따라 파리와 피렌체. 로마 등지를 다니면서 예술의 숨결을 들이마셨으며, 다른한편으로는 헤이그와 베를린에 따라가서, 사람들이 온갖 세련된 언어로 연설을 하고 그 누구도 당황하는 법이 없는 사회주의자 총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 P10
따라서 두 자매는 어릴 적부터 예술이나 이상적인 정치사상 등에 대해 조금도 위압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한것들은 그들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그들은 세계 시민인 동시에 지방민으로, 예술의 세계주의적 지방성이 순수한 사회적 이상과 결합하여 그들 안에 내재되어 있었다. - P12
청넨들은 당연히 사랑의 결합을 원했다. 두 처녀는 망설였다. 하지만 당시 그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많았고 사람들은그런 결합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 게다가 남자들은 아주겸손한 태도로 간절히 원했다. 처녀가 여왕처럼 굴면서 동시에 자신을 선물로 주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 P12
그리하여 두 자매는 각각 가장 민감한 문제까지 속 깊은토론을 나누었던 청년들에게 자신을 선물로 주었다. 토론이나 논쟁 등은 정말 신나고 근사한 것이었지만 성행위나육체의 결합은 그저 일종의 원시적 퇴행으로 김빠지는 짓에 불과했다. - P12
남자들은 마치 개처럼 성관계에만 집착했다. - P13
그리고 여자는 이에 따라야만 했다. 남자란 욕구로 가득찬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여자는 그가 원하는 것을 주지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아이처럼 심술 사나워져 골을 내고 날뛰면서 이제껏 아주 유쾌했던 관계를엉망으로 만들어버리기 십상이었다. - P13
이곳 중부지방과 북부의 산업 지대에서는 넘을 수 없는, 그 사이로 아무런교류가 일어날 수 없는 심연이 존재했다. ‘넌 네 쪽에 충실해라, 난 내 쪽에 충실할 테니!‘ 그것은 공유하는 인간성의 맥박을 괴상하게도 거부하는 행태였다. - P29
그러나 그녀는 사실 클리퍼드에게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관계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광부들은 말하자면 그가 거느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광부들을 사람이 아니라 사물로, 즉 생명체의일부가 아니라 탄광의 일부로, 자신과 더불어 사는 인간이아니라 거칠고 조야한 자연 현상으로 보았다. 그는 어떤면에서는 그들을 두려워하기도 했는데, 불구가 된 지금 그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지닌 이상하고 거친 사내다움은 그에게고슴도치처럼 부자연스럽고 기괴해 보였다. - P32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느니라.‘인 것이다. 현재 이 순간 현실의 모습은 이 순간으로 충분한 것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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