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인생의 출발점에 서 있다. 응당 그래야 하듯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지옥은 비었다.’" 닐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글을 읽는다. "클레어 씨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습니까?"
"인용구예요. 「템페스트」에 나오는."
"지옥은 비었다." 나는 읊는다. "그리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다."
당신의 부정이 아니라 내 광기가 떠든다는 말로 맘에 맞는 고약을 영혼에 바르지 마세요.
엘라는 내 킹사이즈 침대에 털썩 몸을 던졌다. 엘라가 말했다. "릭이랑 자게 될 것 같아." 나는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엘라는 두 사람이 해변에서 "십대처럼" 서로 더듬었으며, 아마 "휴가지 섹스"를 할 것 같다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현실에서는 별거 아닌 일로 칠 수 있지 않냐면서. "릭은 유부남이잖아." 내가 말했다. 엘라는 릭이 자기에게 미쳐 있다고, "완전히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나 때문에 병이 난다나."
릭이 나한테도 한 말이었다. 바로 ‘나’한테, 고작 몇 달 전에 한 말이었다. "난 당신에게 미쳐 있어요, 클레어. 항상 당신 생각만 하죠. 당신 때문에 병이 난다고." 나는 당시에 그 말이 참 불길하다고 생각했다. 나 때문에 ‘병이 난다’. "병이 나면, 도움을 받으세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유부남이잖아요. 난 유부남과는 자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끌린 것은 사실이었다.
처음부터 클레어 캐시디가 싫었다. 일단 너무 키가 컸다. 짧은 진갈색 머리, 커다란 눈, 긴 목, 영원히 이어지는 듯한 다리. 나한테는 천막 같을 드레스를 입고도 사뿐사뿐 걸어 다닐 여자. 심지어 닐도 반했다. 그는 "모델같이 생겼지"라고 말하고는 내 표정을 보더니 덧붙였다. "정말로 쓰레기 같은 잡지에 나오는 그런 모델." 나쁜 부류의 인간은 아니다, 닐은.
"지옥은 비었다." 파텔이 말했다.
"지옥이라니, 지옥 같은 소리하고 있네." 닐은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것도 모른 채 말했다.
트위터 아이디는 @lizziebennet77이었다. 이 아이디의 뜻을 닐에게 설명해줘야 했다.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인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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