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내가 잡아볼까 하는 호시기는 조선을 향해 총질 해댄다는 왜국 종자들입니다. 왜국 것들은 물론이고 청국 것들, 미국 것들, 영국 것들, 독일 것들, 로서아 것들, 불란서 것들. 어느 족속이건 조선을 뜯어먹으려 드는 것들은 죄 호시기일 테니까 되는 대로 잡아볼까 생각하는 거죠. 몇 마리나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요.”
말을 하고 나니 범도는 비로소 여기 앉아 있던 까닭을 알겠다. 결국 그거였다. 호시기 잡기. 호시기에 쫓기듯 살아왔던 지난날에서 돌아서 호시기를 쫓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기.


“그랬대요. 그 백성들, 그 중들이, 나라에서 무슨 은혜를 받았겠어요? 은혜는커녕 관헌들이 자행하는 탐학과 주구誅求에 시달리며 살죠. 그럼에도 조선이 내가 사는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의병으로, 승병으로 일어난 거라고요. 우리끼리는 죽네 사네 하며 싸우기도 하지만 외세에 침탈당할 때는 한 몸인 듯이 외세에 대적해야 한다고요. 그게 백성이라고요. 그렇지 못하면 우리 백성들끼리 싸울 일조차 없어져버린다는 말씀이셨죠.”



나는 홍범도 | 송은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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