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그 넉넉하고 파란 자연에서는 어디에서도 30년의 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몸과 마음속에 전쟁의 상처는 여전한 듯싶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그리고 우리 한국에서도요.
제가 전공한 만주에서의 항일독립운동 과정에서도 일본군은 간도가 피바다에 잠길 정도로 엄청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지요.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며 친해졌는데 그놈들이 뒤돌아서더니 수류탄을 까던지고 도망가더라는 이야기는 독립군 마을의 소년 열사 이야기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역사란 게 이렇게 모질게 재현되는 것인가요.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규명한답시고 아픈 상처를 헤집고 다니는 우리나, 생생한 현장의 육성을 전한답시고 이런 때 마이크를 들이대는 기자들이나 참 사람되기 글러먹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