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용담에 환호하고 박수치던 아이들 중의 하나가 자라서 현대사 연구자가 되어 그 무용담에 가려진 진실의 참혹한 한 단면을 보게 되었을 때, 나는 그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 베트남 역사를 체계적으로 공부해보지는 못했으나, 베트남은 늘 내게 우리 역사를 비추는 마음의 거울이었다.

그 감춰진 역사

미국인들이 노근리를 비롯한 한국전에서의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인 것처럼, 우리가 베트남에서의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진실과 마주서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마음은 일차적으로 우리가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 사죄하는 것이지만, 꼭 피해자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한번도 전쟁의 상처를 치유한 적 없이 전쟁을 정당화하고, ‘기념‘해 온 우리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급보는 오보였다. 오보도 단순한 오보가 아니라 일본제국주의자들이 만주침략의 길을 닦으려는 목적으로 조선인과 중국인의 감정을 악화시키기 위해 제공한 허위정보에 속아 넘어간 역사적인 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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