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보물이다.
이 세상이라는 말의 고귀한 열매다.
고맙다, 고맙다.
우린보님, 정말 고맙습니다.
- 본문 중에서

비극을 겪은 소녀의 집념이 만든 가족을 지키는 인형,
무엇이든 원하기만 하면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는 붓,
그리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여자들의 연대에 관한 이야기!

아이를 갖지 못해 쫓겨난 여자.
자식을 잃은 죄를 뒤집어쓰고 이혼당한 여자.
심한 시집살이에 소처럼 부려먹히다 도망친 여자.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죽어서도 들어갈 무덤조차 없는 여자………
갈 곳 없고 의지할 곳 없는 여자들이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황폐해진 절 동천암으로 모여든다. 그리하여 서로 돕고 의지하며절터의 생활을 꾸려가던 어느 날 절 앞에 만든 텃밭에서 밭일을 하다가땅 속에 묻혀 있던 부동명왕상을 발견하는데,

한편 오치카의 산달을 맞아 혹시라도 부정이 탈까봐 괴담 자리를쉬고 있던 도미지로에게 이야기꾼이 찾아온다.
이야기꾼은 곧 아기를 낳을 임부 오치카에게 힘을 빌려주고수상한 자들로부터 지켜주겠노라며 방금 땅에서 파낸 듯한 부동명왕상을 도미지로 앞에 내놓는다. 이 수상한 이야기꾼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녀가 등에 업고 온 부동명왕 상은 과연 오치카와 아기를 지켜줄 수 있을까.

옮긴이 김소연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현재 출판 기획자 겸번역자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교고쿠 나쓰히코의 웃는 이에몬」, 「엿보는 고혜이지,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뇌물은 과자로 주세요』, 미야베 미유키의 ‘마술은 속삭인다』, 「외딴집」,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괴이」, 「흔들리는 바위」, 「메롱」, 「흑백』, 「안주』, 「그림자밟기』,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 「맏물이야기」, 「십자가와 반지의초상, 사라진 왕국의 성」, 「희망장」, 「삼귀」, 「금빛 눈의 고양이」,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없다」, 「눈물점」, 「영혼 통행증」,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덴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 마쓰모토 세이초의 짐승의 길」, 「구형의 황야』등이 있으며 독특한 색깔의 일본 문학을 꾸준히 소개, 번역할 계획이다.

서007
청과 부동명왕013
단단 인형167
자재의 붓313
바늘비가 내리는 마을 359
편집자 후기481

연대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에도 시대에 관해 공부할 때마다 부당한 사회 규범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 절감하곤 합니다. 현실에서는 일이
‘이렇게‘ 쉽게 진행되지 않지만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써내려갔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흑백의 방에서 들려주는 오싹하지만 따뜻한 4가지 이야기!

【청과 부동명왕]
오치카의 출산을 돕겠다며 부동명왕을 짊어지고 미시마야를 찾은 여자와 그녀의 동료들

【단단 인형]
비극적인 일을 당한 소녀의 원한과 집념이 만든,
가족을 지키는 인형

【자재의 붓]
누구든 원하기만 하면
자유자재로 걸작을
그려낼 수 있는 마성의 붓

[바늘비가 내리는 마을]
정체를 짐작하기 힘든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

청과 부동명왕 속에는괴담으로서의 두근거림, 미스터리로서의 흡인력, 판타지로서의 환상적인 묘사가 모두 담겨 있다.
어떻게 미야베 미유키는 이토록 굉장한 이야기를연이어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
《아사히 신문》이 한 권의 책 中

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는 ‘흑백의 방’이라는 객실에 손님을 초대하여 조금 특이한 괴담 자리를 마련해 왔다.

한 번에 부르는 이야기꾼은 한 명뿐. 이를 마주하여 듣는 이도 한 명이고 이야기도 하나. 어두운 밤에 해야 한다고 고집하지도 않고 초를 켰다 껐다 하지도 않는다.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

이야기꾼은 이야기하여 추억의 짐을 내려놓고, 듣는 이는 받아 든 짐을 흑백의 방에만 넣어 두고 두 번 다시 입에 담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평생에 걸쳐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간다. 때로는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인생의 덧없음을, 사랑의 아름다움을, 사라져 가는 영혼의 애틋함을, 모든 것을 다 태우고도 여전히 연기를 내며 남아 있는 증오의 끈질김을.

가루눈이 춤을 추듯 내리고 있다.

달력상으로는 초봄이지만 추위가 전혀 가시지 않았다.

도미지로는 사실 잠깐 외출할 작정이었다. 모처럼 눈이 오니 장부와 휴대용 필묵을 들고 간다 일대를 산책하며 그림을 몇 장 그리려고 했는데 그저 연습을 위해서이니 누구에게 보여 줄 생각도 없어서, 말없이 가게를 빠져나갔다가 사과의 뜻으로 군고구마라도 들고 돌아오려고 했다.

그림자는 빗물통의 간소한 지붕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커서 마치 지붕을 뚫고 튀어나온 듯 보였다. 체격도 상당했다. 그래서 빗물통의 ‘그늘에’ 있었지만 전혀 몸을 숨길 수 없었다.

유키보즈雪坊主
산이나 언덕에 눈이 가득 쌓여 나무를 덮은 모습을 스님의 머리에 빗댄 것. 눈이 많이 쌓였을 때 나타난다는 요괴를 말하기도 한다

이 댁 지붕 위에 눈구름 속에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벚꽃색 삿갓구름이 걸려 있던데, 과연 경사의 표식이었군요.

오늘 가게 사람들에게 내놓을 간식으로 사 두었는데 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고, 지금 먹어 버리자. 남이 싫어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 몇 번이나 인대를 시키는 비정한 형님에게 먹일 수야 없지.

찬찬코
어린아이용의 소매 없는 하오리. 대개 솜을 안에 넣어 방한용으로 입는다

그렇다. ‘업고 있다’는 말을 써야 한다. 한편으로 이걸 ‘짐’이라고 부르면 벌을 받을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실례하겠습니다. 교넨보 님의 소개를 받고 온, 도가야 고즈키무라 마을에 있는 동천암洞泉庵의 이네라고 합니다."

"우린보 님은 부동명왕(오른손에 칼, 왼손에 오라를 잡고 성난 얼굴을 한 불교 팔대 명왕의 하나)이시군요."

도카이도東海道
에도 시대의 5대 가도 중 하나. 에도에서 교토에 이르는, 해안선을 낀 가도로 53개의 역참이 있었다

"그 업의 화신이라고 할까요…… 정체는 확실하지 않지만 수상한 자가 오치카의 근처에…… 최근에는 오치카의 가족이자 두 번째 청자인 제 앞에도 나타나게 되어서요."

야무진 오나쓰가 난봉꾼에게 몸을 허락하고 만 까닭은 먹고사는 데 쫓기는 삶 속에서 만난 첫사랑에 아름다운 꿈을 품었기 때문이다. 야무지기 때문에 더더욱 달콤한 꿈에 넘어가 버렸다고도 할 수 있다.

투장묘投げ込み墓
유녀나 행려병자 등 몸을 의탁할 곳 없는 자들을 모아 묻은 곳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 가족과 친족을 위해 열심히 일해도, 시집갈 데가 없고 아기를 낳지 못하면 객사한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단가 제도
특정한 절에 가문의 묘지를 갖고 있으면서 그 절에 시주를 하고 절은 가문의 장례를 담당하는 제도

우란분
음력 7월 보름에 조상의 명복을 비는 날. 음력 7월 13~16일 동안, 죽은 사람의 혼령을 사후의 괴로운 세계에서 구제하기 위한 불사가 열리며 성묘도 간다. 여러 종류의 곡물을 조상의 혼령 외에도 무연고자의 혼령, 아귀에게 공양하며 명복을 기원한다

피안彼岸
춘분, 추분의 전후 3일씩 7일간

도테라
크기가 넉넉하고 소매가 넓은 솜옷. 겨울에 침구로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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