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가졌다고는 해도 역시 애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아내가 훨씬 많다. 엄마가 하는 말은 아이─특히 엄마랑 사이좋은 딸에게는 신의 계시에 가까운 효력을 지니는 법이다.

"그게 참 재미있다니까. 애들이 ‘어머니’는 혼동하지 않아. 나인지 할머니인지 확실히 안대. 신기하지?"

"세상에는 하느님도 부처님도 없어요."

세상에는 하느님도 부처님도 분명히 있다. 그저 당신이 필요로 했을 때 하필 다들 휴가를 떠났을 뿐이다.

반장은 그걸 생각하면 늘 그렇듯 하시바가 못 견디게 가여웠다. 이 사람은 무엇 하나 잘못하지 않았다. 그저 하느님과 부처님이 휴가 간 사이에 나쁜 장소에서 나쁜 상대와 맞닥뜨리고 말았을 뿐인데 그걸로 인생이 망가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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