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새로 임대 물건을 지으면 집세가 올라가는 점인데요."
모로이 사장이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스기무라 씨, 분발할 수 있겠어요?"
나는 즉시 대답했다. "무리입니다."

‘지도 모른다’에 의미는 없다. 하지만 신장개업한 나의 사무소에 첫 번째 의뢰인이 찾아온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의 일이었다.

인터폰에 대답하고 나서 문을 연 뒤 서 있는 그녀를 보았을 때 신문 구독에서부터 신흥 종교까지, 권유당할 가능성을 여러 가지 떠올렸지만 의뢰인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골판지상자를 열고 내용물을 정리하던 참이었기 때문에 손이 더러웠고, 트레이닝복 차림에 목에는 수건을 감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그래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솔직히 말할게. 미안하지만 나는 미성년자의 조사 의뢰를 맡을 수 없어. 이건 나뿐만 아니라 대개의 조사 사무소나 탐정 회사가 그럴 거야."
아스나는 속삭이듯이 작게 말했다. "돈이라면 낼 수 있어요."
"돈의 문제가 아니란다. 우리의 직업 윤리 문제지."

―받은 건지 빌린 건지는 모르겠어요.

아스나의 어머니는 그 돈으로, 학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딸에게 새 스니커즈를 사 줄 수 없었던 걸까, 하고 생각했다.

표면상으로는 그렇지만 그런 종류의 그룹이란 학교 밖으로 나와도 영향력을 갖고 있다. 연장자가 끼어드는 일도 있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다.

중년 남녀의 흐뭇한 교제다.

"스기무라 씨, 쓸데없는 참견이지만 그 안건은 지진에 얽힌, 그, 뭐라 할까요,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부분은 제쳐 두고, 단순한 행방불명 안건임을 잊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미증유의 대재해에 의한 비극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부분을 제쳐 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한마디를 가슴에 담아 두었다.

그때 처음으로 아키미 사장은 내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기업의 수장에게 검사당하는 일이라면, 나는 경험치를 쌓은 바 있다. 힘을 주지 않고, 자기를 낮추지 않고, TV 뉴스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는 것이 제일이다.

이 소녀는 정말로 손해 보는 성격을 가졌다. 나는 새삼 그렇게 생각했다.

―대학도 중퇴해 버렸고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적도 없는, 부모한테 빌붙어서 사는 멍청한 아가씨예요.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든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자신의 꿈을 꿀 수밖에 없다. 가능한 한 좋은 꿈을 꿔 보려고 열심히 발버둥 치면서.

아키미 유타카 씨가 갑작스러운 횡사 전에 자신의 도플갱어를 만났는지 어떤지, 이제 와서는 영원한 수수께끼다. 하지만 나는 도플갱어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타카 씨가 아니라 마쓰나가 군의 이중신이다. 교활하고 사악하고, 사랑이나 부나 행복이나, 그가 그때까지 얻을 수 없었던 모든 것에 굶주려 있는 또 한 명의 그다. 살아 있는 그에게서 떠나 죄를 저지른 불길한 유령이다. 유령이었기 때문에 현실의 위협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일도 없이 그저 자신의 욕심만을 위해 행동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을 그렸는데 시체의 그림처럼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요."

토니는 아직도 아버지로부터 원전 그림을 그리러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믿을 수 없는 악의를 품을 수 있다!

"이 넓은 세상에는 우리의 상식 범위 안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가지고 그 사고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막연히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행복 속에서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까 불안해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배짱이 필요한 걸까. 그게 양동이 하나의 분량이라고 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건 한 컵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컵이 양동이로 자라리라는 전망도 없다. 결혼한 지 칠 년. 나는 언제나 내 컵을 소중히 들고 다녔다. 작지만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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