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는 쪽은 반드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남에게서 편하게 돈을 뜯어내는 맛을 배워 버리면 버릇을 들이게 되죠."
―이번뿐이야. 앞으로는 영원히 비밀로 해 줄게. 협박하는 사람이 하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믿을 수 없다. 이것은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공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협박하는 쪽은 컴퓨터로 끄적끄적 몇 글자 쓰고 클릭 한 번만 하면 돼요. 금방 퍼지죠. 참 편해요."
당하는 쪽은 도망칠 곳이 없다. 지금까지 쌓아 올려 온 것이 허사가 된다.
마키타 부부에게는 그녀가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 배신당했다는 분노 또한 느꼈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다카미를 살해하고 시체를 숨겨 버리자. 불륜 끝에 사랑의 도피를 한 걸로 위장해서 그녀의 어머니를 속여 두면 안심이다.
―스기무라 씨는 사건을 끌어당기는 체질이야. 고향으로 돌아와 ‘나쓰메 시장’의 치프가 되었어도 그 저주받은 체질은 바뀌지 않은 모양이다.
당신과 문을 잠그지 않고 외출해도 아무렇지 않은 이 동네 사람들은 각각 범죄에 대해 다른 감각을 갖고 있죠.
"옷차림은 허술했지만요. 게다가 저보다 더 불안해 보였어요. 딱 봐도 히로키 같은 타입은 아니고, 히로키의 먹이가 되는 쪽의 인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댁한테서 받은 문서에 따르면 아무래도 그는 후자의 선택을 한 모양이지요." 온몸을 던져서 가가와 히로키를 쫓아냈다. 그 존재를 지워 버렸다.
―나는 살인자야!
그 외침의 진의는 그것이다. 가가와 히로키와 호적을 바꾼 청년이, 가가와 히로키를 살해했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만인의 행복이란 없다. 사람은 낙원을 찾아 필사적으로 계속 걷는다. 하지만 만인의 낙원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조차 추구하는 것이 어긋나고, 엇갈려 간다. 노력은 허무하고, 행복은 환영처럼 사라지고, 걸어도 걸어도 낙원은 언제나 저 멀리 있다.
중학교 입학식 때 빛이 눈부셨는지 뭐가 싫었던 건지, 험악하게 얼굴을 찌푸린 채 단체사진에 찍혀 있는 소년. 어떤 부모라도 부모는 부모다. 자식을 잘 안다. 그건 괴물이었습니다.
"이 가엾은 남자가, 자기 부모와 동생들에게 돌아가서 앞으로는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말입니다."
"그도 이미 죽었군요." 혼잣말처럼, 스바루 씨는 말했다. "그래서 이노우에 다카미 씨에게 약속한 50만 엔이 도착하지 않은 거예요."
"그런가요? 그분은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뒤처리를 하는 직업이 싫어졌다고 하시더군요. 그보다 전에, 조금이라도 사건을 막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예요. 만일 안 되면 다시 돌아오면 될 거 아니에요? 삼촌이 어디를 가든, 태어난 고향은 도망치지 않으니까요."
그 무렵에는 나도 본가에 없을 것 같지만, 이라고 말한다.
어머니는 내 결단에 화내지 않았다. 변함없는 독설을 늘어놓았다. "넌 뭘 해도 참을성이 오래가지 못하니까. 어차피 그런 꼴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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