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컴퓨터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인터넷이 자꾸 끊기곤 해서 상태가 불안정해졌구나 싶었는데 결국 완전히 먹통이 되고 말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세상일에 흥미가 없다. 절망한 탓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여자가 남자를, 혹은 동성끼리 몸을 섞는 야한 장면만 그린다. 젊은 여자의 격한 욕망과 여자가 꿈꾸는 온갖 섹스를 거침없이 묘사한다. 나는 기메타 아리에의 열렬한 팬이다.
프리터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프리랜서와 아르바이터의 약칭
만약 소환장에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벌칙은 적혀 있지 않지만 모종의 페널티, 아니 응징이 있으리라는 것을 넌지시 비치는 점이 섬뜩했다.
가네가사키라는 별난 이름을 갖고 있어서 "돈이 우선입니다"라고 한 손을 내밀며 우습지도 않은 개그를 날리는 명랑한 남자였다
‘가네가사키’는 ‘돈이 우선’이란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문득 ‘아타고야마愛宕山’라는 만담이 떠올랐다. 소식이 끊긴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은 깜깜한 밤중에 벼랑에서 술잔을 던지는 거나 마찬가지다. 술잔들이 어디서 산산이 깨어져 흩어지는지도 모르면서 감히 던질 수 없을진대
<아타고야마>는 유명한 전통 만담으로, 그 내용에 술잔 던지기가 등장한다. 술잔 던지기는 전국시대 무장이 필승을 기원하며 술잔을 땅바닥에 내던지고 출진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액운을 막거나 소원을 빌며 높은 장소에서 질그릇을 던지는 서민들의 놀이가 되었다.
분노하라. 불합리한 일에 분노하라. 나는 자신을 고무하기 위해 분노를 들깨우려고 했지만 그다지 잘 되지 않았다.
"감정이 넘쳐나 남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건 분명히 범죄입니다. 감정 폭발이 너무 격해서 억누를 수 없다면 갱생이라는 대책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보통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나 쓰는 말 아닌가요?"
"표현은 자유지만 모든 게 다 자유인 건 아니죠. 그게 아니라면 이 사회의 모든 것이 제멋대로가 되고 맙니다. 요즘 범죄가 빈발하고 성범죄도 늘어나고 있어요. 게다가 악질화되고 저연령화되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인한 살인이나 자살도 늘었어요. 이런 것들의 원인은 고삐 풀린 만화나 소설이 아니냐 하는 말도 있습니다."
헤이트스피치법이 제정되는 것은 좋지만 작품 활동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아닐까, 하며 걱정한 작가는 몇 명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까지 확대 해석될 줄은 몰랐다. 권력은 하나를 타협하면 덫을 하나 놓는다. 명백한 탄압이고 자유의 후퇴였다.
공무원은 밀고를 ‘니즈’라고 부르나 보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밀고를 근거로 ‘조사기관’인지 뭔지에 맡기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니, 전혀 몰랐다. 심의회에 출석하라고 요구하는 문서가 왔을 때 좀 더 진지하게 대응했어야 했던 걸까.
"썼다고 긍정한 게 아닙니다. 소설은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읽어야 하는데 특정 부분 특정 단어만 끄집어 내서 논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문맥으로 읽어 준다면 그런 남녀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작품은 일단 발표되고 나면 독자의 것이니까요." "아뇨, 독자의 것만은 아닙니다. 내 것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제야 헤이트스피치와 소설이 똑같은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이것은 양자를 똑같은 ‘표현물’로서 공평하게 포장한 국가권력의 횡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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