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화해 버린 인간의 본능 중에서 딱 하나, 아직 남아 있는 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사람, 헤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과 작별해야 한다는, 죽기보다 더 무서운 사실을 인식하는 코드뿐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과거를 바꾸면 큰일 난다는 얘기 들어 본 적 있지? 그건 역사적인 큰 사건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야. 개인 인생의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나름대로 배열이 정해져 있어. 그걸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도 움직여서는 안 돼. 그런 짓을 하면 나중에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돼. 왜곡이 발생하거든……."

소리를 질러 외치고 싶었다. 기다려요. 나도 같이 갈래. 혼자 가면 안 돼요.

당신은 이십 년 전에 이곳에서 죽었어야 하는 사람이니까. 당신이 이곳에 돌아오기를 시간의 신이―아니, 신이 아니야, 시간의 규율, 시간의 법칙, 타협도 없고 용서도 없는 그 규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믿는 것도 믿지 않는 것도 자유라고 리에코는 생각한다.

그것은 그때, 영혼이 하늘에 떠 있었을 때, 차원의 틈을 넘고 시간 축을 건너 세계를 바라보고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가 바로 먼 미래, 이십 년 후 다시 만나게 될, 더없이 소중한 오직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죽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불러 세웠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인간이라는 말을 그녀처럼 멋들어지게 입증해 주는 작가도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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