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엄하게 다스리겠다"는 대책을 내놓으면 외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고, 언론에서도 강한 의지라며 기사화하기에 좋고,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책임 경찰관이 무능해서 그렇다"고 몰아붙일 수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책임을 피하기도 용이하다. 게다가 누군가 책임을 지고 무너지면 다른 경쟁자들이 그 자리에 끼어들기에 좋다. 눈치 빠른 사람들끼리 자리다툼에 써먹기에도 매우 유리한 정책이었던 것이다.

‘사기 공화국’이 되어버린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그의 범죄를 돌아보면, 요즘 유행하는 "서울지방검찰청입니다"고 말문을 떼는 피싱 전화 수법과 아주 비슷해 보인다. 개인 정보 유출로 확보한 데이터베이스나 명의 도용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이지만, 그는 비슷한 수법을 60년 앞서 개발해서 사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보면 이런 범죄 행각에 대비할 시간이 60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사람들끼리 믿고 지내기 어려운 세상에서 권력자나 공공기관의 권위가 사회를 너무 쉽게 짓누르는 세태를 바꾸지 못했다는 점이 더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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