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의 시작잔뜩 흐린 하늘은 금방이라도 장맛비가 쏟아질 것처럼 꾸물거렸다. 잿빛 하늘과 맞닿은 검푸른 강물도 잔잔한 수면을 일그러뜨리며 높게 출렁거렸다. 성이 난 것 같기도, 곧 하늘에서 떨어질 폭우를 기다리느라 긴장한 것 같기도 했다. 저만치 하늘과 강물이 하나가 된 수평선이 끝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멀리까지 이어졌다.
"오늘도 안 되겠는가?"나루터에서 정사(正使) 박명원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사는 사절단 일행을 이끄는 총 책임자다. 연암의 팔촌 형님으로, 나라에서 높은 관직을 지내시는 양반이라고 했다. 연암이 정사의 수행을 돕는 자격으로 사절단에 끼었으니, 연암의 시종 노릇을 하는 선노미로선 정사 나리는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할 만큼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