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자네는 왜 퇴근을 안 하나?" 달러구트가 이제야 물었다.
"저… 사실, 달러구트 님이 아직 퇴근을 안 하시길래…."
"오, 이런. 난 이미 나름대로 퇴근한 상태야." 달러구트가 아리송하게 대답했다.
"그건 확답 드리기가 어렵습니다만, 주문한 꿈을 제대로 수령하시기 위해서 여러분이 지켜주셔야 할 일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죠?" "매일 밤 꼬박꼬박 최대한 깊은 잠을 주무세요. 그게 전부랍니다."
"소고기 햄버거 세트가 1고든인데 성취감 한 병이 200고든까지 치솟다니! 대체 누가 남의 성취감을 큰돈 주고 사서 대리만족하는 거야? 작년에 사재기해놨으면 지금 시원하게 퇴사하는 건데!"
‘설렘’은 어제보다 조금 오른 병당 180고든에 거래되고 있었다.
아뿔싸,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대신 들어주고 있던 ‘설렘’ 1병도…. 큰일 났다. 페니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기꾼이었을까?
잠들기 전 진지한 생각은 금물이다. 숙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그녀였다.
여자의 콩닥거리는 마음은 10대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이제 여자는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실체 없는 고민이 많아지는 나이였다.
"그 손님한테 계속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을 팔아도 될까요?"
"음, 좋아하는 사람의 꿈을 꾸는 건 처음 몇 번만 좋을 것 같아요. 계속해서 좋아하는 사람의 꿈을 꾸다 보면 마음만 커지고, 결국은 속앓이를 하게 되니까요. 계속 꿈만 꾸려고 한다는 건…." 페니는 잠깐 생각하느라 뜸을 들였다.
"맞아요! 계속 꿈만 꾼다는 건 실제로 현실에서는 진전이 없다는 뜻이잖아요?" 페니는 이제야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마음이 답답해진 이유를 깨달았다.
"꿈에 자꾸만 신경 쓰이는 사람이 나오면, 점점 무의식도 그 사람을 향해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페니가 자신 없게 말했다.
"짝사랑이 아니면 좋겠어요. 너무 슬프잖아요."
"네 말대로 꿈은 꿈일 뿐이잖니? 현실의 그녀를 믿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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