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이자 작가, 작곡가
그리고 전위적 영혼의 소유자,
무엇보다 여러 생을 거치며
내 최고의 체스 상대가 되어 주고 있는
친구 뱅상 바기앙에게

퀸의 대각선 1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누구에게나 〈네메시스〉라고 부를 만한 분신이 한 명씩 있다.
이 사람은 영혼의 형제가 아니라 영혼의 적이다.

둘은 만나는 순간 서로를 알아보고 상대를 파괴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

이것이 그들의 삶이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는 것을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최악의 적이 최고의 스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에드몽 웰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결국은 누구나 혼자야. 난 그걸 알아. 느낀다고. 그래서 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애쓰는 거야. 너도 나와 같은 심정이지?」

아이가 교실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자신이 초래한 혼란을 흐뭇하게 구경한다. 태어남과 동시에 박탈당했던 자유를 마침내 되찾은 쥐들이 희열을 만끽하며 공황 상태의 인간들 사이를 내달린다.

이게 다 선생님이 날 교실에 혼자 감금해서 벌어진 일이야.
내 경고를 듣지 않았어.
혼자 있는 걸 〈못 견딘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동류 인간들의 호들갑과 소란스러움은 참아 내기 힘들어.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해보라지.
난 혼자 조용히 있는 게 좋아.
저런 멍청이들의 존재를 〈견딜 수가 없어〉.

「난 혼자 있는 걸 견딜 수 없어요.」

「인간과 개가 없다면 양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를 거예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 뿐이지 저 양들이 집단 지성으로 개와 인간을 이끌어 주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게다가 말이야…… 그 반대라고 우리가 믿게 할 만큼 양들의 집단 지성이 뛰어난 것일 수도 있지.」

「양들이 인간을 이용하는 거지. 털이 너무 자라면 더우니까 잘라 줄 사람이 필요하잖아. 양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봐. 털이 덥수룩하게 자라면 얼마나 불편하겠니. 무더위에 파카를 걸치고 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저 양들은 최소한 평생 무료 〈이발〉 혜택은 누리잖아. 어디 그뿐인가. 때 되면 꼬박꼬박 밥 주지, 잠자리도 주지, 게다가 포식자들로부터 안전하게 지켜 주기까지 하지.」

아빠의 독창적인 〈양 떼 권력론〉에 니콜이 갈수록 흥미를 보인다.

「양들은 〈자연 상태〉에서는 절대 누리지 못할 의료 혜택까지 누려. 한마디로 인간을 부려 먹으면서 편하게 살 최상의 방법을 찾아낸 거야.」

다들 이 악몽 같은 시간을 어떻게 견디지? 선사 시대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이 광경을 목격한다면 〈이런 걸 발전이라고 부른다면 난 기꺼이 사양하겠어〉 하고 생각할 거야.

도쿄 신주쿠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열한 개 노선이 지나가는 이 역을 이용하는 승객이 하루 3백만 명이 넘다 보니 늘 발 디딜 틈이 없다. 신주쿠역을 통과하는 열차들이 실어 나르는 승객의 수는 연간 13억 명이 넘는다고 한다. 열차가 항상 붐비는 탓에 역에는 비좁은 객차 안으로 승객을 밀어 넣어 문이 닫히게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근무한다.

이 특별한 기술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일본어로 〈오시야〉라고 한다. 이들은 흰 장갑을 끼고 승객들의 등을 떠밀어 최대한 많은 인원을 열차 안에 꽉꽉 채워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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