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고고학 이야기 중에서 가장 상큼하게 지적인 흥분을 일으키는 책이다!"

강인욱 교수는 고고학자로서 드물게도 유라시아를 전공으로 삼고 있다. 나는 우리인문 분야에 강인욱 교수 같은 폭넓은 시각의 현장 고고학자가 있음을 항시 든든하게 생각해 왔다. 그는 석사과정을 마친 뒤 곧바로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이후 시베리아, 몽골, 중앙아시아, 중국의 여러 유적지 발굴에 참여하고 이를 보고서와 저서로 펴낸 바 있다. 이 책은 그가 지난 20여 년간 발굴 현장에서 겪은 체험을 기록한일종의 고고학적 에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물을 통하여 과거의 삶을 복원하는고고학이라는 학문의 참 가치와 고고학자로서의 보람을 말함과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 역시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나는 강교수의 이 생생한 증언록을 통해 고고학이라는 하나의 인문학이 대중과 행복하고도 즐겁게 만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_유홍준 미술사가, 명지대 석좌교수

우리가 들어본 고고학 이야기 중에서 가장 상큼하게 지적인 흥분을 일으키는 책이다. 그동안 고고학의 발굴과 연구과정의 뒷이야기를 쓴 책들이 있었지만, 이 책은유물에서 나는 오래된 곰팡이 냄새가 향기롭게 느껴지게 적었다. 고고학자는 몸은땅 속에 있어야 하지만 머리는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훨훨 다녀야 하는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경우의 수를 꿰고 있어야 하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끊임없이 가설을 만들고 검증하는 만능학자이기도 하다. 강인욱 교수는 이러한 고고학자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학자이자 유물의 뒤에 숨겨져 있는 사람들을 따뜻한 감성으로 생각하는 고고학자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넘나드는 풍부한 고고학적인 지식 그리고 시간을 오르내리는 인간 경험을 토대로 유물을 맛깔스럽게 필자의 시각에서 해설한 새로운 설명들은 고고학을 멀리서 경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놀라운 흥분을 선사할 것이라 기대한다.
_배기동 고고학자

강인욱 교수는 이야기꾼 고고학자이다. 이 책에서 그는 먼 과거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과 죽음에서 만나는 여러 주제를 유적과 유물로 쉽고도 흥미 있게풀어낸다. 더불어 그 자체가 역사가 되어 버린 여러 나라 고고학자들의 갖가지 발굴 에피소드도 종횡무진 다루고 있다.
그의 이러한 글쓰기는 일찍이 러시아 유학에서 시작하여 수십 년에 걸쳐 유라시아대륙의 수많은 유적 현장과 박물관, 연구소를 두루 섭렵하고 체험하여 얻어진 소중한 결과물인 것이다. 친근한 주제를 쉽게 풀어낸 고고학 교양서로서 일반시민과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개발에 따른 구제발굴 현장에 내몰린 한국의 젊은 고고학도들도 단숨에 끝까지 읽어낼 수 있고 새겨볼 만한 고고학 안내서라 생각되어 이에적극 추천한다.
_이청규 한국고고학회 회장, 영남대 교수

제가 고고학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던 건 지난 2016년 러시아에서 조선시대의 미라와 관련한 발표를 했을 때였습니다. 당시 한국의 미라 자료를 소개하면서 1998년에 안동에서 발견된 이응태 묘의 출토품을 다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31살에 요절한 남편을 떠나보내는 부인이 써서 무덤 속에 넣어준 마지막 편지인 <원이 어머니의 편지>는 지금 다시 떠올려 보아도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당신 생전에 함께 누워서 다른 사람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라고 말하곤 하셨지요. … 이 편지를 보시고 제발 오늘 꿈에서만이라도 나와 주세요."

저는 이 책에서 유물을 통해 과거 사람들과 더 가깝게 만나보고자 합니다. 미지의 땅을 찾아가 수많은 유물과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 느낀 감동을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발굴 현장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혹은 흐릿한 숙소의 등불 아래에서 메모했던 저만의 노트를 이제 꺼내 보이겠습니다.

잔설이 남아 있는 울란바토르에서 강인욱

고고학,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라는 다리

"시간여행은 너무나 위험해. 차라리 여자처럼 다른 우주의 신비를 연구하는 게  나을지도."
영화 <백 투 더 퓨처 2>에서 에머트 브라운 박사가 한 말

영화에서 이 괴짜 박사는 결혼을 안 한 노총각으로 나온다.

언제부턴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간여행을 하는 상황이 흔해졌다. 다른 시간대로 빨려 들어간다는 설정은 어쩌면 21세기에 우주여행을 떠나는 것보다도 더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시간여행이라는 테마에 쉽게 몰입한다. 그만큼 우리는 미래로의 혹은 과거로의 여행을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유물을 찾고 연구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보물찾기가 아니라 바로 현재의 삶을살아가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최초로 과거의 유물을 인식하는 고고학적인 활동을 한 때는 언제였을까. 현재 알려진 가장 구체적인 증거는 터키에위치한, 8000년 전의 것으로 알려진 차탈 후유크(또는 차탈 회익) 유적이다.

시간여행을 꿈꾸는 인간의 판타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고고학이 발달해서사람들이 꿈꾸던 찬란한 과거 같은 건 없다고 밝혀진다 해도 혹은 인류가 바라마지않는미래는 결코 오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시간여행을 꿈꿀 것이다. 그 이유는지금이라는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과 색다른 시공간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호기심에 있다.

죽은 이를 위한 사랑의 흔적
"공동묘지의 언덕 위에서 나는 영생을  갈구하던 영혼들의 얼굴을 보았다."
- 드미트리 플라빈스키

"If you live each day as if it was your last, someday you‘ll most certainly be right."
2005년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보통 "당신이 매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다보면 언젠가 당신은 바르게 살게 될 것이다"로 해석한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청중들은 웃기 시작했다. 그 뜻이 중의적이기 때문이다. "매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 결국은 당신은 그 말이 맞다는(즉, 죽는다는 것을 알테니"라는 의미도 된다. 이 당시 스티브 잡스는 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하던 중이었다.
아마 잡스에게도 삶은 중의적인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는 저승사자가 삼도천을 헤쳐 나가는 장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승으로 가는 길을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가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리스 신화의스틱스가 그러하고 우리의 삼도천이 그러하다. 그리고 많은 고고학적 유물에서도 그러한 증거들이 나온다. 4000년 전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중국 신장 지역에 위치한 유적인샤오허에는 사막이라는 기후적 특징 덕에 거의 완벽하게 매장 당시의 형태가 보존되어있다. 이 무덤은 마치 수십 대의 배가 무리를 지어 사막을 가로지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그 관의 끝에는 마치 배의 노처럼 생긴 표식, 즉 묘비석을 세웠다. 사막에서 발견된 샤오허 무덤은 학익진을 펴고 바다를 헤엄치는 배처럼 사막에 펼쳐져 있다.

불에 깃든 황홀과 허무
"만약 네가 먼저 잿더미로 되지 않는다면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단 말인가."
니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불의 사용과 인류의 진화
1991년 11월, 록스타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 이후 그의 집안은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를 믿는 파르시라는 것이 알려졌다. 그의 가족은 프레디 머큐리를 조로아스터교식으로 장례를 지내길 원했다. 전통적인 조로아스터교의 경우 조장이 원칙이다. 시신을잘게 해체해서 독수리가 쪼아 먹은 후에 남은 뼈를 항아리에 담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영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지 않고 교회에서 조로아스터교 사제가 주재하는 식으로 장례를 치렀다. 이 사제는 프레디 머큐리의 장례식 전 과정을 고대 아베스타어로 진행했다고 한다. 장례식 후에 그의 시신은 화장되었고, 유골은지금도 어딘가에 비밀리에 보관되어 있다. 프레디 머큐리의 죽음은 에이즈라는 질병과조로아스터교라는 종교에 대한 관심도 증폭시켰다.

술, 신이 허락한 음료
"진실은 와인에 있다."
-라틴어 속담

성스러운 두려움 느끼며 두 눈을 감을지니
그는 꿀 같은 이슬을 빨고
천국의 우유를 마실지니

신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 비틀즈

이 노래는 하늘을 헤엄치는 루시라는 여성을 묘사한 것이다. 1960년대 유행하던 LSD의 환각을 경험한 비틀즈의 멤버들이 만들었다. 노래 제목의 앞글자만 따면 바로 LSD가 된다. 한편, 고고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노래이다. 에티오피아에서 최초의 여성 고인류를 발굴했던 고고학자들은 당시 현장에서 듣던 이 노래에서 착안해 그 여성을 ‘루시‘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마음을 울리는 소리 없는 음악
"말이 사라지고 나면, 음악이 시작된다."
-하인리히 하이네

샤먼과 뮤즈
2015년 카자흐스탄의 세계문화유산인 탐갈리 암각화를 조사했을 때였다. 알마티에서 차로 다섯 시간을 달리면 병풍처럼 늘어진 바위산이 나온다. 그 바위산 곳곳에는3000년 전에 그려진 암각화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유라시아 곳곳에 암각화 유적이 있지만, 특히 탐갈리 유적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샤먼을둘러싸고 춤을 추는 그림은 생동감이 넘쳐 마치 차가운 돌에서 음악소리가 나는 것만 같았다. 탐갈리 암각화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은 유라시아의 어느 유적에서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빛바랜 유물에 숨어 있는 화려함
"색은 영혼을 직접 올리는 힘이 있다."
바실리 칸딘스키

흉노의 기동력 있는 기마술과 가공할 철제무기의 위력은 유라시아 최강이었다. 기원전 3세기에 흉노에 맞서 만리장성을 쌓다 국력을 소진한 진나라는 멸망했고, 그 다음에등장한 한나라 또한 흉노의 존재 때문에 골치 아파했다. 흉노를 계승한 훈족은 유럽사를바꿀 정도였다.

한나라도 처음에는 진시황처럼 무력으로 흉노를 꺾으려 했다. 한나라 고조 유방은 기원전 200년, 흉노 토벌에 나섰지만, 오히려 백등산 지역에서 포위되어 죽을 처지에 놓였다. 유방은 흉노 선우의 왕비에게 뇌물을 바쳐 가까스로 살아남았는데, 중국 군대를다 무찔러 버리면 앞으로 조공을 받을 수 없다는 왕비의 얄팍한 생각 덕분이었다.

백등산 전투 이후 한나라의 정책은 바뀌었다. 한나라는 무력으로 흉노에 대응하기보다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깔의 선물로 흉노의 마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한나라는 매년정월에 엄청난 양의 비단, 칠기 등의 사치품은 물론이고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왕소군을 비롯한 공녀들을 바쳤다. 한나라 조정이 받은 경제적 타격은 컸다. 하지만 조공품의 공세를 통해 흉노의 풍습을 바꿀 수 있었다. 원래 봄과 가을에만 모이던 흉노의 부족장들은 중국으로부터 받은 공물을 나누기 위해 한겨울인 정월에도 모였다. 유목민족이기 때문에 땅이나 곡식이 아니라 전쟁으로 얻은 전리품을 부하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중요한 통치수단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조공품이 매년 들어오게 되니 흉노로서도 굳이주변 지역을 정복할 동기가 사라졌고, 점차 그 세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 전 유라시아의 최대 군사강국이었던 흉노를 무너뜨린 것은 강대한 군사력이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간파하고 흔들던 중국의 화려한 사치품들이었던 것이다. 단조로운 초원의 빛깔에 싫증을 내어 아름다운 빛깔을 탐한 결과가 나라의 멸망이라니. 진정한경국지색은 이런 것이 아닐까.

지난 세월의 향기
"향기는 말, 외모, 감정이나 의지의 힘보다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중에서

발해인들도 돼지고기를 좋아했을까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보시오,
그러면 난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보지요."
브리야 사바랭, 미식의 생리학 중에서

중국 황제도 반한고 조선의 젓갈
"오뉴월 보리밥엔 새우젓이오. 한겨울 김치국엔 어리굴젓이오. 장장 나지 않는 꼴뚜기젓이오. 막걸리 안주 삼는 갈치젓일세."
〈새우젓 파는 소리〉(노동요)

몸에 새겨진 시간의 기억

그는 이발사의 비누칠, 면도, 마사지에 몸을 맡겼다.
이발사는 돈을 더 받지도 않고 그의 어깨와 등도 솜씨좋게 주물러서 근육을 풀어주었다.
왕릉은 새로 깎은 머리에 시원한 바람이 스며드는 것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평생 한 번이니 괜찮아!"
펄벅, 「대지」 중에서

어느덧 우리는 몸으로 느끼는 기억이 적어지고 있다. 영화 <루시>의 여주인공(스칼렛요한슨)이 약물의 효과로 인해 자신의 모든 인생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한 행동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모유를 먹은 그 순간과 자신의 이마에 했던수천 번의 입맞춤을 기억한다고 말한 것이었다. 내게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파괴와 복원,
고고학 발굴의 패러독스
"고고학 발굴이란, 일종의 유적 파괴 행위이다."
김원룡(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의 정년논총에 수록된 회고록에서

고고학을 꽃피우게 한 제국주의
"이 3억 인의 인도인이 열등한 민족이고우리는 우수한 인종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흥미 있는 일이었지요."
레오나르드 펄, 돼지와 진주 중에서

전쟁 속의 고고학
"모든 페이지에는 승리가 가득하다.
그 누가 승전 잔치를 준비했는가?
10년을 두고 위대한 영웅들이 탄생하고 있다.
그 대가는 누가 치렀는가?
너무나 많은 기록만큼이나 생겨나는 너무나 많은 의문들."
베르톨트 브레히트,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중에서

모티머 휠러는 말했다.
"고고학은 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이다."
전직 군인으로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의 고고학과 군사법에 의거한 현장 고고학의 기틀을 세웠던 영국의 고고학자.

문명은 짧고 인생은 길다
"문명이란 어둠과 혼돈의 깊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얇은 얼음장과 같다."
-워너 헤어초크

그들은 왜 유물을 위조했는가
"조상의 위대함이 나의 위대함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정예푸

고고학자의 시행착오와 해프닝
"비판받기 싫다면 아무 짓 하지 말고, 아무 말도 마시오. 그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시길."
엠버트 허버드

황금유물을 둘러싼 운명들
"난 황금 구덩이를 두 번 발견했지요. 영광을 얻기위해서가 아니라 유물에 숨겨진 진실을 위해서요."
아프가니스탄 황금을 발굴한 고고학자 사리아니디

고고학이 밝히는 미래
"전에 있던 것도 다시 있을 것이며이미 한 일도 다시 하게 될 것이니세상에는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나니."
전도서 1장 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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