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 나는 숙부님 얼굴을 봐도 모르지. 너무 오랫동안 못 만났고 이제는 완전히 할아버지잖아. 숙부님이 먼저 말을 거셨어. 내가 아버지 젊었을 때랑 똑같아서 금방 알아보셨대."
그런데 갑자기 완구점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해 물어볼 게 있다면서 경찰이 찾아왔다. 두 달 전 일이다. 구미코도 무척 놀랐다.
"실례합니다, 아가씨." 우락부락한 형사는 덜렁덜렁 말했다.
엄마는 어머나 하고선, "구미코, 국수 붇겠다. 불 좀 꺼 줄래?" 하고 부탁했다. 이건 어른들 이야기니까 넌 저쪽으로 가 있어, 라는 뜻이다.
"뭐, 본심은 그런 셈이죠. 할아버지처럼 문제될 게 없는 사람이 먼저 나서면 뒤따르는 사람들도 변명거리가 있잖아요. 가게 문을 닫으면서 할아버지 핑계를 대면 만사 오케이다, 이거죠."
"여럿이 합세해서 노인을 장난감 취급하다니." 여간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 아빠가 거칠게 한마디 하는 것을 슬쩍 들었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몰랐지만 슬펐다.
완구점은 계속 문을 열지 않았다. 정보지 등의 취재가 있고 나서 보름쯤 지나 할아버지는 갑자기 돌아가셨다. 이튿날 아침, 가게 셔터 앞에 쓰러져 있던 것을 행인이 발견했다.
지난날 완구점이 있던 그곳, 지금은 빈터가 된 그곳에 다케타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희미하고, 얇고, 반쯤 투명한 모습으로 혼자 서 있다.
그래도 표정은 똑같네, 그때와 똑같은 표정이야, 텔레비전 볼 때처럼 멍한 얼굴이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꽤 돈이 되는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꽤 인기가 좋았어. 그래서 이번 십 주년 감사 대바겐세일에 또 하게 됐지."
오 년간 계속 창고 안에 처박혀 있었겠지. 햇볕을 쬐지 않아서 색이 많이 바래지는 않았어도 대신 여기저기 잿빛 곰팡이가 피어 있다. 두 개의 기다란 귀가 후줄근하게 풀이 죽어서 오른쪽 귀는 세워 놔도 금방 주저앉는다. 핑크색 몸뚱이 곳곳에 흰 반점이 퍼져 있는 까닭은 창고를 청소하던 직원이 인형탈 곁에서 표백제가 묻은 대걸레를 휘둘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표백제가 묻은 곳만 핑크색이 없어진 것이다. 이는 인형탈을 창고 안에 그냥 방치했다는 뜻이다.
가난한 학생에게 아르바이트는 생명줄이다. 괜찮은 자리가 있어, 하루에 만 엔이고 마트 바겐세일을 도와주는 거니까 힘들지도 않아. 그렇게 알려 준 친구의 얼굴이 그때만 해도 부처님처럼 보였다. 하지만 취소하겠어, 넌 사기꾼이야, 인신매매범이야.
"덥고 무거워서 어깨가 많이 결릴 거야. 걸을 때는 발밑을 조심하고. 평소보다 두 배는 몸집이 커지니까 생각지도 못한 곳에 부딪치는 일이 많아."
전부가 인형탈을 쓰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핑크색 토끼 인형탈을 쓰고 눈구멍으로 밖을 보고 있으면.
출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인형탈을 쓰고 있는 내 눈에는 봉제인형의 행진으로 보였다.
스파이더맨 영화를 봤구나.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엄마가 하는 말부터 들어야 한단다.
장난감이나 인형을 입고 있는 사람들 뒤에는 저렇게 생긴 검은 손이 붙어 있지 않다. 마트에 온 누구도 저렇게 기분 나쁜 손에 씌지 않았는데.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되지 않는 건, 몸에 두르고 있는 인형과 장난감이 지켜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무언가를 소중히 여겼던 추억. 무언가를 좋아했던 추억.
사람은 그런 기억들에 의해 지켜지며 살아간다. 그런 기억이 없는 사람은 서글프리만큼 간단하게 검은 손을 등에 짊어지게 된다.
오 년 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으면서 텅 빈 인형탈 속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던 것이다. 나쁜 것이 아닌 아주 깨끗한 무언가가. 그것이 인형탈 속에 쭉 살아 숨 쉬며 신비한 힘을 주게 된 게 아닐까.
그 핑크색 토끼 탈은 또다시 창고에 갇힐 것이다. 언제 다시 밖으로 나올까. 하지만 여러분, 만일 시내 마트에서 인형탈을 쓰고 일하게 된다면 제 이야기를 꼭 기억해 주세요.
당신이 거울을 들여다보면 과연 무엇이 비칠까요?
<우미스나 지구 핫카초 읍민회 여러분에게 부탁드립니다>
의뢰하는 이들의 세대차는 있지만, 세상은 ‘나’에 대해 말함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시대로 돌입한 듯하다.
"유령이 나타나게 된 살인사건이 뭐지?"
"아빠 몰라?" 아사코가 싫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무로마치 시대라느니, 전국시대라느니, 그런 것만 좋아하니까 현대 사회에 캄캄한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