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융자 담당도 아니고, 책임질 수 없는 약속은 못 해."
"뭐야, 재미없게. 그럼 융자 부서에 있는 높은 녀석을 남편으로 삼으면 되잖아. 그럼 쉽지?"
"유키코가 왔어. 이건 유키코 발자국이야. 걔가 온 거야. 유키코가 와 줬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조그만 고무장화 발자국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그는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의심하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동물적인 직감으로 꿰뚫고 있었다. 내가 유키코를 죽였다는 것을. 내가 그 빨간 체크 머플러를, 유키코가 쓰러진 후에도 계속, 숨이 끊어질 때까지 끌어당기고 유키코를 버려 둔 채 도망쳤다는 것을.
나는 유키코가 미웠다. 나처럼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나처럼 착한 아이도 아니면서 언제나 생글생글 웃고 있는 유키코가 미웠다. 그 하얀 뺨이 미웠다. 스기지와 나란히 집에 돌아가는 유키코가 미웠다. 마코가 글을 읽는 게 재미있다며, 아무런 계산 없이 웃음을 터뜨려 마코를 기쁘게 할 줄 아는 유키코가 미웠다. 야스시에게 늘 놀림당하면서도 다른 아이가 괴롭히면 제일 먼저 야스시가 달려오게 만드는 유키코가 미웠다.
내일, 눈이 그치고 쌓인 눈을 파헤쳐 보면 열두 살의 내가 죽어있을 것이다. 이십 년 전 유키코를 죽였을 때 유키코와 함께 내 손으로 죽여 버린 나 자신이. 단단하게 얼어붙어 작은 몸을 움츠리고.
누구도 애도하지 않고 누구도 슬퍼해 주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영원히 멈춰 있을 것이다.
상가 모퉁이의 완구점 이층 창가에는 밤마다 교수형에 쓰는 올가미 밧줄이 걸린다.
"다시 조사할 거라면서요? 할머니의 변―사." "변사요? 이상하게 죽었다는 뜻인가요?" "그래요, 정말 무서운 일이잖아요. 소문 다 났어요. 알죠? 실은 영감님한테 살해됐다는 거. 이층 창가에서 이렇게 목이 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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