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감상에 사로잡힌 건 아니다. 그리움을 느낀 것도 아니다. 만나고 싶은 얼굴을 떠올린 것도 아니다.

아무런 이벤트도 일어나지 않을 주말을 맞이하고,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건 오랫동안 질리도록 반복했다.

아무 데나 좋아, 모임만 있다면 어디라도 좋아.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마코에게 들었겠지만, 마나베 초등학교가 통폐합이라나 뭐라나 해서 폐교하게 되었대. 그래서 학교 건물이 없어지기 전에, 어쨌든 육 년 내내 붙어 다닌 우리 넷이서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할까, 한잔해야 한다고나 할까. 어때? 우리 가게에서."

자동응답기의 메시지 램프가 깜빡이지 않아도 연연하지 않았던 건 나한테 용건이 있는 사람은 모두 휴대전화로 걸어왔기 때문이다. 모두, 그들 모두가.

우리 가게. 자랑스레 말하던 야스시의 목소리가 귀에 남는다. 한잔해야 한다고나 할까, 어때, 우리 가게에서? 곱셈도, 나눗셈도 제대로 못하고, 구구단 암송 시험을 네 번이나 다시 치른 야스시의 ‘우리 가게’.

그런 엄마에게 나는, 유키코는 내 소중한 친구였어, 그렇게 말하지 마! 하고 반발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으니까. 보는 눈이 없는 집 안에서 그런 퍼포먼스로 엄마와 충돌하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나이에도 제법 계산을 할 줄 아는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줄곧 우등생이었다.

동네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까딱 잘못했다간 마에짱 미아가 될지도 몰라, 하고 마사코는 웃었다.

"만약에 눈이라도 내린다면 말이야, 눈이 내린다면 그건 유키코의 눈이야. 기억하고 있어? 걔 정말 피부가 희었잖아. 그래서 선생님도 유킹코(일본에 전해지는 어린아이 모습을 한 눈의 정령)의 유키코라고 부른 적이 있었어."

도쿄에서 몇 년 만에 십 센티미터에서 십오 센티미터가량의 적설량이 예상되오니 출근길에 나서는 시민들과 학생 여러분은 교통 정보에 주의해 주시고요, 미끄러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십시오

"아이들을 노린 변태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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