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十四節氣, 夏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 것은 유두날 풍습이다. 음력 6월 보름이유두일이기 때문에, 절기로 치면 대서 무렵과 비슷하게 겹친다. - P91
夏, 입하立夏 하늘 끝 그리움 벗어나니 여름이 왔네 산그늘 쪽으로 진달래가 붉다. 봄이 끝날 무렵, 산그늘은 진달래로 온통 환하다. 햇살이 따가운 쪽보다는 응달쪽을 선호하는 진달래는 한때 어려운 시절을 대변하는 꽃이기도 했다. 진달래가 무성하게 피어났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기색이라도 보일라치면 철쭉이산을 점령할 채비를 한다. 여름 첫머리는 언제나 그렇게 붉은 산과더불어 시작된다. 벌써 입하가 코앞이다. - P93
선생님들은 선생님들대로 조를 짜고 마을을 배분하여 곳곳을 돌아다니셨다. 아마도 학생들이 집안 일손을 도우면서 등교하지 않으니, 그들을 가정방문해서 상황을 점검하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우리들에게 눈길을 주시기보다는 논두렁 주변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서 어른들과 말씀을 나누셨다. - P94
지금이야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모내기도 기계에 의존하는 형편이 되었다. 사회 상황이 그렇게 우리 농촌 현실을 몰아가기도 했지만, 노동이 사람에서 기계로 옮겨가면서 우리 기억 속에 아련히남아 있는 고향 이미지는 사라져버렸다. 가지런히 모가 꽂힌 논을바라보면서, 왠지 모르게 구불구불 빼뚤빼뚤 어설프게 줄을 맞춘 옛날의 논이 그리워지는 것은 내가 나이를 먹은 탓만은 아닐 것이다. - P95
강 언덕엔 수양버들 산에는 꽃들 이별 생각에 맥없이 홀로 길게 탄식한다. 애써 청려장 짚고 문 밖 나가 바라보니 그대는 오지 않고 봄날 저무네. 岸有垂楊山有花 離懐俏俏獨長嗟 强扶藝杖出門望 之者不來春日斜 송희갑宋希甲, <봄날 그대를 그리며春日待人>, 《기아箕雅》 권31 - P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