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행성이야.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작품이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라고 나는 생각해. 그걸 너한테 보여 줄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갑자기 내가 대단한 존재가 됐다는 착각이 든다. 예술의 힘은 이렇듯 인식의 문을 넓혀 주는 모양이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1년, 미국 CIA 국장인 리처드 헬름스는 일명 <어쿠스틱 키티>라는 이름의 독특한 작전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고양이의 귓속에 마이크를 넣고, 척추를 따라 꼬리까지 안테나를 넣은 다음 배 속에 배터리를 집어넣어 연결하는 수술이 이루어졌다.
이 작전의 목적은 소련 대사관 내부를 도청하는 것이었다.

이 작전에만 총 1천만 달러의 비용이 투입되었다.
당대 최고의 동물 조련사였던 밥 베일리도 어쿠스틱 키티의 조련에 참여했다. (훗날 CIA에서 비슷한 목적으로 행한 돌고래 조련도 맡았던) 그는 <고양이가 인간의 대화에 호기심을 갖도록 훈련시켰다>고 당시의 일을 술회했다.

공원에 풀어 놓자 어쩔 줄을 몰라 하던 어쿠스틱 키티는 목표물인 대사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도로 위를 걸어다니다 달려오는 택시에 치이고 말았다.

고양이가 주파한 거리는 고작 3백 미터였다.

2001년 비밀 해제된 문서에 따르면 CIA 과학자들은 이 사건 이후에도 작전을 포기하지 않고 수차례 더 실험을 진행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했다.

아무런 성과 없이 2천만 달러라는 예산만 투입된 어쿠스틱 키티 작전은 1967년이 되어서야 결국 폐기되었다.

인간 세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뛰어난 지능과 엄청난 어리석음이 공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능력은 때때로 득이 아니라 독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신은 과학보다 위대하다.

1941년, 모하마드 레자 샤 팔라비는 아버지의 왕위를 계승한다. 샤는 즉위 즉시 이란의 근대화에 착수했다. 학교를 세우고 여성들에게도 교육 기회를 확대했으며 산업화 정책을 추진하고 외국 유조선이 정박할 항구를 건설했다.

샤는 이른바 <백색 혁명>을 추진한다. 그는 농지 개혁을 통해 대지주들이 소유한 땅을 소작농들에게 나눠 준다. 하지만 손해를 입게 된 기득권층은 이에 반발해 반정부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한다.

1978년, 대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 시작하자 팔라비 정부는 결국 1979년 해외로 망명한다. 그러자 77세의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권력을 잡고 스스로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군주 국가에서 서서히 민주적 체제로 이행 중이던 이란은 이때부터 (사제들이 국정을 통치하는) 신정 체제를 수립하게 된다. 야당도 존재하지 않고 언론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는, 종교 경찰이 사회를 통제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시아파가 이란의 국교가 된다.

이란 지도층은 핵 프로그램에 돈을 쏟아붓고 레바논, 예멘, 시리아 등의 전쟁에 개입함으로써 지금도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고대 인도 문헌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다음과 같은 아홉 개의 문이 있다.

빛을 감지하는 두 개의 눈.
냄새를 감지하는 두 개의 콧구멍.
소리를 감지하는 두 개의 귀.
에너지가 들어오게 하는 입.
오줌을 내보내는 요도.
분변을 배출하는 항문.
여기에 열 번째 문을 추가해야 한다.
이마에 있는 <제3의 눈>이 그것이다.

이 열 번째 문은 우리의 눈이 주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이집트인들은 이것을 <호루스의 눈>이라 불렀다.

심판대에 가장 많이 오른 동물은 돼지였다. 돼지는 부모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아기를 잡아먹었다는 죄목으로 자주 재판을 받았는데, 돼지에게 죄를 묻는 것은 부모가 아기를 처리하는 손쉬운 방법이었다.

재판이 열리면 돼지들은 마녀재판을 받는 인간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고문을 받았다. 고통을 못 이긴 돼지가 비명을 지르면 그 울음소리를 자백으로 간주하고 산 채로 불태우는 화형을 내리곤 했다.

인간들은 이 세상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오. 세상은 그들 이전에도 존재했고 그들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니까.

이때부터 돼지는 극도로 좁은 공간에서 사육되기 시작한다. 감정적이고 예민한 동물인 돼지를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하다 보니 점점 더 많은 항생제와 항우울제, 안정제 등을 사료에 섞어 먹이게 됐다.

「모든 존재는 배움을 위해 세상에 태어난다고 난 믿고 있어요.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삶이야말로 최악이 아닐까요.」

여기 제 잘난 맛에 사는 동물이 또 하나 있네! 세상은 온통 자기도취에 빠진 존재투성이야…….

나는 냉혹한 인간 세계의 법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폭력이 평화를 이긴다는 사실. 현실의 복잡성을 의식해 결정을 미루다 보면 결국은 단순 명료한 힘의 법칙을 따르는 야만적인 자들에게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인구 밀도의 증가와 함께 인류는 비전문가들에 의해 천천히 발전하는 집단에서 전문가들의 주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대규모 집단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 세상에 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네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란다

스탕달 증후군의 가장 가볍고 흔한 증상은 손에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눈앞이 흐려지고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다. 심할 경우에는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착란 증세를 보이기도 하며,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스탕달 증후군 때문일 거야. 그건 그림이나 음악 등의 예술 작품을 접하는 순간 스스로 통제 불가능한 트랜스 상태에 빠져 의식을 잃게 되는 걸 말해.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항목을 예전에 읽은 적이 있어.」

<불행의 원인은 두 가지란다. 권태감과 질투심. 권태감은 위험이 따르는 행동에 나서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어. 하지만 질투심은 포기하는 것밖에는 다른 약이 없단다.> 엄마의 이 말씀이 백번 맞아. 위험은 내가 감수할 테니까 너 자신을 위해 포기하라고 피타고라스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어.

코르테스와 목테수마의 만남

60. 코르테스와 목테수마의 만남

두 문명이 만나는 순간은 늘 미묘하다. 그것이 두 우두머리 사이의 만남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왕 물방울일 바에는 잔을 넘치게 하는 마지막 한 방울이 되렴.>

티무르의 무덤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누구든 내 무덤에 손을 대는 자는 나보다 더 끔찍한 침략자를 만나게 될 것이고, 세계는 벌벌 떨게 되리라.>

바르바로사 작전으로 소련 측에서는 2천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것은 티무르의 정벌이 낳은 1천7백만 명의 사망자를 훨씬 뛰어넘는 숫자였다.

결국 티무르의 저주에 관한 미신이 무시할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스탈린은, 1942년 11월 수습한 유골을 다시 넣고 무덤을 닫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며칠 뒤, 소련 군대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독일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

이 또한 순전히 우연의 일치에 불과한 일이었겠지만, 이후로 누구도 다시는 티무르의 무덤을 파볼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전쟁은 하나의 돌발 상황에 불과해.」
「그게 무슨 뜻이에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뜻이야. 쥐들과의 전쟁에서 이기든 지든 우리는 결국 생명의 진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어. 쥐들은 야만성과 수적 우세를 중시하는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할 뿐이야.」

기시감이라는 단어는 1894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에밀 부아라크가 그의 저서 『정신과학의 미래』에서 최초로 사용했고, 이후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에 의해 대중화되었다. 베르그송은 이 현상을 <현재에 대한 기억>이라고 지칭한다.

기시감이라는 것은 우리가 어떤 장소, 어떤 사람, 어떤 상황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장소, 그 사람, 그 상황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말한다.

주민 모두가 카타리파 교도는 아니었던 베지에를 공격하기 전 교황의 특사가 했던 말은 이후 오래도록 회자되었다. <그들을 모두 죽여라, 신께서는 당신의 자녀를 알아보실 것이다.>

내가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싸우다 보면 지치고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땐 이렇게 말해 버리고 싶다. <자, 됐으니 이제 그만합시다. 날 죽여요. 빨리 끝냅시다. 그동안 번거롭게 했다면 미안해요.>
애초에 내가 틀렸고 적들이 옳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아첨은 그걸 듣는 이에게 반드시 독이 된다. (「까마귀와 여우」)
이 세상에서는 강자의 논리가 언제나 가장 앞선다. (「늑대와 양」)
누구든 때때로 자기보다 작은 존재가 필요하다. (「사자와 생쥐」)
무슨 일을 하든지 마지막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우와 염소」)
괜히 뛰지 말고 제때 출발하는 게 낫다. (「토끼와 거북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진창에 빠진 마차」)
죽지도 않은 곰의 가죽을 팔아서는 안 된다. (「곰과 두 친구」)

1668년에 출간된 라퐁텐의 첫 우화집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우화라는 형식을 통해 당시 프랑스 사회와 궁정의 문제점, 나아가 정치 전반의 타락을 풍자적으로 지적했다.

라퐁텐은 동물이라는 알레고리를 이용해 강자가 약자를 짓누르고 약자의 순진함을 이용하는 세태를 보여 주며 루이 14세 왕정을 비판했다.

위정자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라퐁텐은 권력의 한복판에 서서 의식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늑대 무리

76. 늑대 무리

늑대는 무리 지어 이동할 때 항상 늙고 병든 늑대들이 앞장서 길을 연다. 무리의 이동 속도를 이들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들 바로 뒤에서 건장한 늑대 몇 마리가 따라간다. 혹시 모를 적의 공격에 대비하고 먹잇감이 보이면 즉시 잡기 위해서다.

중간에는 이 우람한 늑대들보다 덩치가 조금 작은 늑대들이 포진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앞에 있는 늑대들을 돕기 위해서다.

행렬의 맨 뒤에는 언제나 우두머리가 위치한다. 그는 뒤에서 무리의 이동 상황을 살핀다. 이렇듯 늑대 무리에서는 약한 자들이 앞에 서고 강한 자들이 뒤따르며 이들을 보호한다. 우두머리는 항상 맨 뒤에서 상황을 전체적으로 살피며 이동한다.

문명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오랫동안 주의 깊게 살펴보면 하찮아 보이던 것도 흥미진진하게 변한단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들었던 음악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G 선상의 아리아」, 「골트베르크 변주곡」, 「2성 인벤션」, 「협주곡 D 단조」의 아다지오
—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중 유명한 아리아 「정결한 여신」
— 피터 가브리엘의 앨범 「버디」에 수록된 「버디의 비행Birdy’s Flight」
—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봄」 2악장 라르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