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드밀라는 그 연작에 관한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녀가 죽은이후 다락방에서 수십 점의 작품들이 같은 제목이 붙은 채로 발견되었을 뿐이다. 한때 연구자들은 그 연작을 류드밀라의 숨겨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류드밀라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남은 기록이 하나도 없었고, 곧 추측도 해석도 잊히고 말았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안을 주는 아름다운 세계. 비록 류드밀라는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가상의 세계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히 머무를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었다. 그 세계가 실제로 발견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때 조용히 도시락을 먹고 있던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 데이터, 류드밀라의 행성 같지 않아?" "에이, 설마."
더욱 기이한 사실이 연이어 보고되었다. 그 행성은 이미 오래전 모항성의 거대 플레어 폭발에 의해 불탔고, 우주망원경이 수신한 데이터는 폭발에 휩쓸리기 직전 행성의 모습을 포착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미 사라진 행성을 보고 있는 겁니다. 한때 실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류드밀라의 세계를요."
"결과가 너무 이상해요. 아기들이 할 만한 생각이 아니에요." 분석된 데이터가 화면에 뜨기 시작하자 연구원들은 말문이 막혔다.
기계에 따르면 아기들의 울음은 각각 이런 의미를 가졌다. 「어떻게 하면 더 윤리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다들 거기에 잘 계신가요?」 「아냐,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곳은 여기야.」
"그러니까 노이즈겠지. 노이즈가 아니라면 아기들의 울음을 해석했을 때 기껏해야 ‘배고파‘, ‘불편해‘ 정도. 그것도 제대로 된 언어보다는 어떤 감정이나 불쾌한 감각 정도로만 나타나는 게 정상일거야."
"아기들....... "복잡하고 심오하고 철학적인 아기들."
"보시는 그대로요. 아기들의 입속말을 분석한 데이터예요. 혹시그날 기억나세요? 류드밀라의 행성이 발견된 날이요. 그런데 그때녹음된 데이터가 다 이런 식이었어요."
"무언가가 아기들의 뇌 안에 있어요."
한나가 말했다.
"인간이 아닌 무언가요. 이건 외부의 어떤 요인을 도입하지 않고는 설명이 안 돼요."
만약에 뇌 속의 ‘그들’이 인간에게 태생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이라면 어떨까? 마치 기생충이나 미생물이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전염되듯 말이다. 그들은 공기 중에 분포해 있거나, 바이러스처럼 환경에 널리 퍼져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감염을 위한 최초의 접촉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 언어를 습득하기 전, 세계와 삶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기 전, 생존을 위한 욕구만 존재하는 사고 패턴을.
그러나 수빈은 다음에 일어난 일 역시 알고 있었다. 그 아기들은 사람들이 기대한 대로 성장하지 않았다.
상자 속의 아기들은 이타성을 획득하지 못했다.
아주 이상한 가정 하나를 해보자.
수만 년 전부터 인류와 공생해온 어떤 이질적인 존재들이 있다고 말이다.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실은 외계성이었군요."
"추측이지만, 유년기 이상으로 성장한 인간에게 머무르는 것은 그들에게 부담을 주는 듯합니다. ‘떠나고 싶지 않지만 이제는 떠나야 한다’라는 의미의 대화가 몇 군데 있었어요."
"혹시, 유년기 기억 상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일곱 살 이후로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대부분 잊어버리잖아요."
인류 역사상 수많은 가상 세계가 창조되었지만 왜 오직 류드밀라의 행성만이 독보적이고 강렬한 흔적을 세계 곳곳에 남겼을까.
"우리에게 그들이 머물렀기 때문이겠죠."
막연하고 추상적이지만 끝내 지워버릴 수 없는 기억. 우리를 가르치고 돌보았던 존재들에 관한 희미한 그리움.
수빈은 순간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느낀 적 없는 무언가가 아주 그리워지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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