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사이 기카쿠(宝晋斎其角 에도시대 초 골계적인 풍류를 담은 산문시인 하이카이의 대가)가 『루이코지類柑子』에서 밝힌 바 있다.

스미다 강이 유명하긴 하지만 교토의 가모 강이나 가쓰라 강에 비해 천박하여 격이 떨어진다. 산줄기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메구로는 어쩐지 예스러운 산고개가 있어 재미는 있는데 물가에서 한참 멀고 산이 험준해 적막한 느낌이다. 오지는 우지처럼 눈을 못 떼게 만드는 섬이나 산이 없고 (오지王子는 도쿄 북부, 우지宇治는 교토 남부 마을. 발음은 비슷해도 경치는 영 다르다는 말장난), 고코구지 절은 벚나무 천 그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요시노 산(吉野山 교토 인근의 절과 신사, 벚꽃으로 이름 높은 산)의 눈 덮인 동틀 녘을 떠올리게 하지만 강이 흐르지 않으니 아쉽다. 스미요시 신사를 옮겨다 놓은 도쿄 쓰쿠다지마도 벼랑에 작은 소나무姫松가 적어 무지개다리 건너는 이 드무니, 사람들은 명성 높은 규슈 다자이후로 몰려가 소메 강 색色에 외투를 말리고(작은 소나무는 여성을, 소메 강 색은 여색을 상징한다) 오모이 강 강가는 쓰레기로 가득하다. 다자이후 간온지 절처럼 당나라 그림은 있지만 범종이 없으니 들통이 나고, 교토 호온지 절처럼 흰 기와를 얹겠다고 병풍을 세우는 마당이다. 나무숲은 성기고 매화나무는 단풍이 들지 않으며, 3월 말에 등나무를 꼬아 복도에 자리나 깔 뿐 들판에는 마음도 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쾌청한 날의 후지 산만이 에도 명소 가운데 오직 한 가지 흠잡을 데 없는 명작이라 했다. 아마도 이것이 에도 풍경에 대한 가장 공정한 비평이리라.

게다를 신고 어슬렁어슬렁 | 나가이 가후 저, 정수윤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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