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이 지는 것은 여물고자 함이니 복사꽃
[연재]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1화 | 미야베 미유키 저/이규원 역
지방도시에 출장을 갔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당시 이와사 쇼조는 서른둘의 젊은 나이였다. 외동딸 미쓰하의 새 신부 모습은커녕 란도셀초등학생용 책가방을 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운명은 쇼조에게 잔혹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친척집을 전전하면서도 멋지게 성장하여 아키코를 만나 결혼하고 미쓰하도 태어나 마침내 행복해졌다 싶었는데, 음주운전 차량에 목숨을 빼앗긴 것이다. 당시 아키코는 쇼조가 너무나 불쌍해서 남편을 여읜 슬픔에 빠지기보다 내내 분노해 있었다.
두 사람은 결혼하고 반년 만에 미쓰하를 얻었다. 조금 성급했어, 아직 모아 놓은 돈이 얼마 안 돼─아키코는 초조했지만 쇼조는 크게 기뻐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어른이 진짜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만세 삼창을 하는 장면을 아키코는 처음 보았다.
“저는, 유 상이 아저씨라고 해도 변함없이 좋아했을 거예요.”
그 순간 아키코는 운명의 경보기 소리를 들었다. 딸의 연애를 막지 못한 어머니 귀에만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경고음을.
교제하고 2년 2개월 만에 두 사람은 결혼했다. 스물두 살 신부와 서른 살 신랑. 기념사진만 찍고 식은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어쩌면 진짜 합격할지도 몰라. 사악한 마법에 늘 따라다니는 주문이다.
복숭아꽃 가지에서 꽃잎 여러 장이 한꺼번에 떨어졌다. 세계의 한구석이 부서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