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4절기의 마지막,
가장 춥다는 大寒이다.
영상 5도를 기록하고 있다.
올 겨울 제일 따뜻한거 같다.
비가 제법 내린다.
따뜻한 멸치국수를 점심으로 아들과 아내와 함께 곱배기로 먹는다.
딸은 3주 동안 영국으로 놀러갔다.
부러운 일이다.
비의 도시 런던엔 비가 안 온단다.
같이간 친구가 어제 핸드폰을 쓰리당했단다.
대영제국 시민들이 왜 그러는 것인까?
선진국이라, 세계를 제패했다 떠드는 무리들이, 일등시민이라 자부하는 그들이...
그렇지 그때도 그들은 도적이었다.
지금도 한낯 도적일뿐이다.

뱃속이 뜨끈하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나는 비오는 날이 좋다.
비 맞고 돌아다는 것도 좋다.

비가 내리고 있다 - 미야모토 유리코

가는 빗발로 비가 내리고 있다.
어두컴컴한 서재 책상 앞에 평소처럼 앉아 나는 눈앞에 있는 단풍나무의 말로 못 할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다.

정말로 아름답다.

아주 선이 얇게 갈라진 어린잎의 모임.
잎 하나하나가 모두 옅은 콩색을 한 채로 둥글게 휘듯이 모인 표면에는 비에 젖은 둔은색과 짙은 자색이 풍기고 있다.
가는 잎 끝에 점점 모여가는 작은 물방울 빛.
잎에 중첩되어 만들어진 향기로운 그림자.

입에 전해지지 못할 정도의 부드러움과 약한 빛을 가진 꺼림칙할 정도의 둥근 윤곽은, 안개 낀 것처럼 비 내리는 하늘과, 주위의 검은 선과 구별되어 있다.

나는 가만히 지켜본다.

끊임없이 주륵주륵……주륵주륵……내리는 비는 저 나무 위에나 어떤 나무 위에나 똑같이 내리고 있건만, 단풍나무의 어떤 부분에도 보이지 않는 미동마저 일으키지 않은 채 무서운 조용함을 고수한다.

이 침착한 광경이란.

저 생기 넘치는 단풍이 꿈적도 하지 않는 건 ―

만약 손가락을 얹으면 따스한 핏기운이 느껴지는 인간의 피부처럼 탄력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생생한 풍부함‘을 가진 나무는 내게 식물보다는 오히려 동물――마치 여자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부드럽고 너무나 아름답다.

너무나 조용하다.

그 주위서 마치 동떨어진 듯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마음까지 모두 저 몸의 근처서 울리고 움직이며 싸우는 현재의 모습서 벗어나 비도 내리지 않고 빗방울도 떨어지지 않는 굉장히 조용한 세계에 자리한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더할 나위 없는 애정과 열린 마음으로 나무를 보는 사이에 밀어낼 수 없는 감격이 서서히 마음 안쪽에서 뿜어져 저 잎끝에서 가장 반대편의 잎끝까지 자신의 마음을 펼치게 되었다.

이 나무는 조용하다.

내 마음도 조용히 내려앉아 있다.

그렇건만 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다.

미야모토 유리코宮本百合子
1899년 도쿄도 출생. 1916년 어린 시절 아사카 할머니 댁에서 본 시골의 삶을 묘사한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를 발표해 천재 작가로 주목받았다. 1924년 자전적 소설 『노부코』를 쓰는 한편 1927년 소련에 다녀온 뒤 프롤레타리아작가동맹, 일본공산당에 가입했다. 1932년 문예평론가이자 공산주의자인 미야모토 겐지와 결혼했지만, 이듬해 그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투옥되었고 자신도 검거와 석방을 거듭한 끝에 집필 금지 처분까지 받았다. 번역 일을 해서 생계를 꾸려가며 1945년 남편이 석방될 때까지 구백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1947년 패전 후 피폐해진 사회를 여성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반슈평야』를 펴냈다. 1951년 1월 21일 쉰두 살에 세상을 떠났다.
「일곱 번째 편지」는 20년간 남편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감옥으로 보낸 편지』에서 발췌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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