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때는 섣달 스무여드렛날 밤, 이타미야 사람들이 모두 깊은 잠에 들었을 즈음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날 밤은 북풍이 강하게 분 데다 지난 열흘간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 불이 시작된 신단방신단을 두는 방과 가까운 방에서 기숙하는 지배인 도베에가 선잠 체질을 지녔기에 망정이지, 만약 연기 냄새에 얼른 깨어나지 않았더라면 이타미야 사람들은 새해를 사흘 앞둔 그 추운 날 모두 길바닥에 나앉았을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