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고생인 기라." 양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 "고생은 여자의 운명이다."
"네, 고생이에요." 경희가 고생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자는 평생 다른 여자들에게 여자는 고생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여자는 어릴 때도 고생하고 아내가 돼서도 고생하고 엄마가 돼서도 고생하다가 고통스럽게 죽었다. 고생이라는 말에 신물이 났다. 고생 말고 다른 것은 없을까? 선자는 노아에게 더 나은 삶을 주려고 고생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자신이 물을 마시듯 들이마시던 수치를 참아야 한다고 아들에게 가르쳤어야 했을까? 결국 노아는 자신의 출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앞으로 고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한 일일까?

"니 노아 때문에 속상하제." 양진이 말했다. "내도 안다. 니는 노아 생각만 한다 아이가 처음에는 고한수였고 이제는 노아제. 니가그 흉악한 남자를 원했던 바람에 고생하는 기다. 여자는 그런 실수를 하면 안 된데이."

"참 나쁜사람이었다."

"아뇨, 실은 여기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보쿠 상 가족들은 꼬박꼬박 찾아오세요. 아드님 두분과 솔로몬이라는 손자가있으시죠. 모자수님은 한두 달에 한 번씩 오세요. 노아 님은 11년동안 뵙지 못했는데 그 전에는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오시곤 했어요. 한 번도 날짜를 어기신 적이 없죠. 노아 님은 잘 계시나요? 아주친절한 분이셨어요."

관리인이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선자는 묘비 밑에 맨손으로 30센티미터 정도 깊이로 구덩이를 파고 사진이 달린 열쇠고리를 묻었다. 흙과 풀로 구덩이를 메우고 나서 손수건으로 열심히 손을 닦았지만손톱 밑에 흙이 남아 있었다. 땅을 밟아 다지고 손가락으로 풀을 털었다.

선자가 가방들을 집어 들었다. 경희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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