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 양진과 선자, 이삭은 아침에 부산으로 가는 나룻배를탔다. 여자들은 새로반 하얀 삼베 한복 위에 솜을 넣은 겨울 두루마기를 입었다. 이삭의 정장과 외투는 깔끔하게 손질돼 있었고 구두는번쩍번쩍 광이 났다. 세 사람은 아침참에 신 목사를 만나러 가기로돼 있었다.

신 목사는 자기아버지와 달리 관상이 사람의 운명을 정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눈으로 선자의 운명을 점친다면 인생이 평탄하지는 않을 듯했지만, 그렇다고 굴곡지지도 않을 듯했다.

"엄청 감사하고 있십니더. 백 목사님이 어려운 희생을 해주셔가꼬예. 백 목사님을 섬길라고 아주 열심히 노력할 낍니더. 일본에서 잘사시도록 뭐든 할 끼라예."

이삭이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오른손을 살짝 들었지만 선배 목사를 존중하느라 계속 잠자코 있었다. 신 목사가 두 사람의 혼인을 반대하면 이삭의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곤란해질 터였다.

"그러니, 선자야? 네 죄를 용서받고 싶어?" 신 목사는 과연 이어린 여자가 죄에 대해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삭이 순교자나 선지자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젊은이다운 패기로 선자에게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줬을까? 어떻게 이삭이 회개하지 않은 죄많은 여자와 혼인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선지자 호세아에게 명한 일이었다. 이삭이 이것을 이해했을까?

"혼인하지 않고 남자와 함께하는 것은 하나님의 잣대로 보면 큰죄야. 그 남자는 어디에 있지? 왜 이삭이 너의 죄를 대신 갚아야 하지?" 신 목사가 물었다.

양진도 선자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곡식이 잘 자라게해달라고 무당에게 암퇘지나 돈을 가져다 바칠 때처럼 굿 같은 의식을 하는 것일까? 백이삭은 용서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양진도 선자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곡식이 잘 자라게해달라고 무당에게 암퇘지나 돈을 가져다 바칠 때처럼 굿 같은 의식을 하는 것일까? 백이삭은 용서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모든 조선인은 일본에서 행실을 조심해야 해.
일본인은 이미 우리 조선인을 하찮게 여기니까. 우리를 더 경멸할빌미를 주면 안 된다. 나쁜 조선인 한 명이 조선인 수천명의 평판을망친단다. 그리고 나쁜 기독교인 한 명이 기독교인 수만 명에게 상처를 주고 말이다. 믿음이 없는 나라에서는 특히.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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