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의 정식 한국어 명칭은 양버즘나무다. 버즘나무 무리의 나무 중에서 서양, 그러니까 유럽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버즘나무에서 버즘이란 피부병의 일종인 버짐을 말한다. 플라타너스의 나무통 겉면에 껍질 벗겨진 듯한 모습이 잘 나타나기 때문에 버즘(버짐의 방언)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플라타너스가 가로수로 유용했던 이유는 매우 빨리 자라는 데다가 나뭇잎이 넓어서 그늘을 잘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플라타너스라는 말 자체에 무엇인가가 넓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플라타너스는 더러운 곳에서도 잘 자라는 특징이 있어서, 공해와 오염이 심한 도시에서도 쑥쑥 큰다는 장점이 있다. 도시에서 빠르게 멋진 가로수들을 키우는 데는 플라타너스가 무척 쓸모가 많다.

탄산의 쏘는 맛을 잘 표현할 수 없었던 조선 시대 사람들은 "물이 맵다"고 했는데, 초정이라는 말부터가 우물에서 산초 같은 매운맛이 난다는 의미다. 지금은 그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서인지, 조선 시대 임금이 머물던 건물인 행궁 형태의 한옥을 탄산수가 나오는 지역 근처에 새로 지어 놓고 홍보하는 곳이 있다.

우리가 탄산수라고 하는 물에는 화학에서 말하는 정확한 탄산 성분은 별로 없다. 탄산수는 그냥 이산화탄소가 많이 들어 있어서 보글거리는 느낌이 나는 것뿐이다. 다만 그렇게 이산화탄소가 많이 든 물에는 자연히 탄산 성분이 조금 생기기 때문에 탄산수라는 이름을 쓴다고 보면 된다.

2018년 무렵의 기사를 보면, 보이지 않는 지하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초정 탄산수의 이산화탄소 함량은 요즘 점차 떨어져 가고 있다고 한다.

거의 모든 일에는 화학적인 해답이 있다. 대체로 사람들이 사회에서 귀중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화학에 의해 결정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이 밥을 먹기 위해 농사를 짓는다면, 식물을 잘 길러서 그 안에 탄수화물·단백질·지방 같은, 사람의 몸에 영양분으로 활용되는 화학 물질이 많이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 만약 그런 화학 물질이 적으면, 그것을 "쭉정이가 되었다" "웃자랐다" "흉년이 들었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이나 감정의 문제도 결국은 화학의 문제다. 사람이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몸에서 꼭 일어나야 할 다양한 화학 반응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순조로이 잘 일어난다는 뜻이다.

사람의 몸이나 마음마저 화학 물질과 화학 반응의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거기에 아무런 신비함이 없다거나 화학만 알면 나머지는 알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 모든 것이 화학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수록, 세상은 더 신비하고 더 흥미진진해진다.

대전은 화학과 얼마나 관계있는 도시일까? 대전에는 나라에서 만든 한국화학연구원이라는 커다란 연구소도 있고 각 대학의 화학과를 비롯해 화학 연구를 열심히 하는 연구 기관이 많다. 그런 연구 기관들의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 창업하는 회사들이 꾸준히 생겨나는 것을 보면 화학과 관련된 첨단 기술 산업도 어느 정도는 가능성을 가진 지역이다.

꿀을 먹고 나서 "이제 이 당분을 분해한 뒤에 재합성해서 지방으로 만드는 반응을 일으켜야 하니, 당분 분해 효소를 배 속에서 좀 더 내뿜어야 하겠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사람에게 불을 알려 주는 장면을 중요하게 묘사한다. 사람이 불을 갖는 순간을 두고, 여느 동물과는 다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얻는 순간이자 지혜에 눈뜨게 되는 결정적인 발전의 시점으로 묘사하곤 한다.

대청댐은 14억 9,000만 톤의 물을 저장하는 거대한 댐으로, 이 용량은 소양호·충주호에 이어 전국 3위에 해당한다. 이 많은 물을 가두기 위해 높이 72미터, 길이 495미터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을 쌓아 두었다. 그 모습을 보면 10만 년 전 불을 피우는 기술을 개발한 이후로 이렇게까지 사람의 기술이 크게 발달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의 음식으로 대전에서 유명한 것은 빵과 국수다. 둘 다 밀가루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발달해 온 과정은 사뭇 다르다. 요즘은 유명한 한 빵집이 그 무엇보다도 대전의 뚜렷한 상징처럼 자리 잡은 느낌이다. 기차역에 자리한 이 빵집의 분점에 가 보면 "대전에 왔다 가는데, 그래도 이 빵은 기념으로 사 가야지" "유명한 대전의 맛이라고 하니 가족에게도 맛을 보여 주어야지"라면서 모여든 사람들이 언제나 줄을 서서 빵을 사고 있다.

빵이 워낙 유명해졌기에 조금 가려져서 그렇지, 지금도 대전에는 맛있는 칼국수 가게가 여러 군데 있고, 대전 시민들은 그 맛을 친근하게 생각한다.

대전의 국수가 발전한 것은 아무래도 철도 교통의 발달과 함께 살펴보아야 할 듯하다. 애초에 대전이라는 도시가 탄생한 이유부터가 철도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전역의 가락국수가 칼국수 이상으로 대전하면 바로 떠올릴 만한 음식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일정을 마치고 대전역으로 기차를 타고 돌아오면 큼직한 노래비가 나를 맞아 주었다. 대전역 광장에는 <대전 블루스>라는 옛 노래 가사를 새겨 놓은 커다란 바위로 만든 노래비가 있었다. 1956년에 나온 이 노래는 깊은 밤 0시 50분, 밤 기차를 타고 헤어져야 하는 연인을 소재로 삼았다.

작사를 맡았던 사람이 실제 어느 밤, 대전역에서 헤어지는 남녀를 보고 문득 온갖 생각이 머리에서 떠올라 만든 가사라는 이야기도 많이 퍼져 있다. 노래 제목에 대전이 들어가기도 해서 대전 시민들에게 꽤 알려진 노래이기도 한데, 나도 그 시절에는 어째 이 노래가 대전의 삶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역을 지나칠 때마다 한 번씩 눈여겨본 기억이 난다.

원래 블루스 음악은 미국의 가난한 흑인 음악가들이 삶의 슬픔을 해학적으로 승화한 노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제목에도 우울하다는 뜻의 블루blue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초기에는 기타나 하모니카를 들고 다니며 즉흥 연주로 노래하는 음악가들에 의해 연주되었는데, 시카고 등지의 대도시에 이런 음악가들이 유입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1940년대 이후 기술 발전으로 앰프, 전기 악기들이 등장하고 음악을 여러 사람에게 큰 소리로 잘 들려줄 수 있게 되면서 블루스는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해운대를 중심으로 개발된 신시가지도 부산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교통의 중심지인 서면 일대라든가 자갈치 시장이 있는 남포동 주변도 번화가다. 그러나 조선 시대 이전까지 부산에서 가장 사람이 많았던 중심지는 동래 인근이라고 보아야 한다. 지금도 부산의 동래에서는 조선 시대 읍성의 흔적이나 조선 시대의 학교인 향교 등등 조선 시대 도회지의 남은 모습을 조금이나마 찾아볼 수 있다.

절영도는 영도의 옛 이름이다. 절영도라는 말을 풀이하면 그림자가 끊어진다는 의미인데, 널리 퍼진 이야기로는 절영도에서 기르던 말이 너무나 빠른 속력으로 달려서 자기 그림자에서 떨어져 나올 정도로 달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림자에서 말이 떨어질 정도라면 빛이 그림자를 만드는 속도보다 빨라야 하니, 말이 빛보다 빠른 속력이라는 의미이다.

부산의 갈매기가 많은 곳에서 새우깡을 높이 던지면 갈매기들이 모여들어 새우깡이 떨어지기도 전에 낚아채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때도 있다. 새우깡을 생산하는 회사의 공장이 부산 사상구에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갈매기의 신체는 사람과 다르다. 갈매기는 부리 근처에 소금물을 걸러 내는 기관이 있다. 먼바다 위를 날다가 목이 마를 때 바닷물을 마셔도 소금을 빼낼 수가 있다. 습기는 빨아들이고 소금기는 더 짠 소금물로 농축해서 콧물 내지는 눈물로 뿜어낸다. 말하자면 갈매기는 살아남기 위해 눈물을 삼키고, 눈물을 흘리며, 그 눈물의 힘으로 바다를 극복할 수 있는 새다.

괭이갈매기란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간혹 고양이 소리처럼 들릴 때가 있다고 해서, 고양이 갈매기라는 뜻으로 붙은 이름이다.

해운대의 이 백화점은 규모가 세계의 모든 백화점 중에서 최대라고 광고하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2010년 1월 29일 자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그 규모가 어찌나 거대한지 전기 요금만 매달 5억 7,300만 원씩 내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저런 여행을 했다고 돌아보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쉽기도 하고 마음이 허하기도 해서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자 친구는 "안도에서 한숨을 쉬니, 안도의 한숨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니, 이제부터 인생 사는 것은 별걱정 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는 농담도 덧붙였다.

화학 공장, 가스관, 송유관 점검에 자주 사용하는 장비로 인텔리전트 피그intelligent pig라는 것이 있다. 직역하면 똑똑한 돼지라는 뜻인데, 파이프 속으로 집어넣는 동그란 기계 장비를 말한다. 옛날 영어권에서 파이프를 점검하는 일을 피깅pigging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파이프를 점검하는 기계를 마침 돼지라는 뜻의 피그pig라고 부르게 된 듯싶다.

여자만은 여수 근처의 바다를 일컫는 말이다. 여수 인근에 바다가 육지 쪽으로 쑥 들어간 지형이 있는데, 이곳을 여수에서는 여자만이라고 하고 순천에서는 순천만이라고 한다. 여수에서 여자만이라는 말을 쓰는 까닭은 이 바다에 여자도라는 섬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도 역시, 여성의 섬이라는 뜻은 아니다. 말장난에 불과하긴 하지만, 여자도에 여자보건진료소라는 기관이 있는데 이름과 달리 여성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고 남성도 갈 수 있는 보건진료소다.

불교 승려 출신이자 노비의 자손으로 취급되었던 궁예는 가장 혁명가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궁예는 스스로 종교의 권위자라고 자부했던 적이 있는 만큼, 가장 혁신적인 사상을 내세운 사람이다.

궁예와 왕건의 상대였던 견훤은 또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그는 천재적인 군사적 재능으로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된 사람이다. 『삼국사기』에는 견훤이 젊은 시절 "창을 베고 잠을 잤다"라고 되어 있다. 그만큼 부하들과 함께 험한 전쟁터의 가장 위험한 곳을 직접 누볐다고 볼 수 있다.

공작의 깃털 무늬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화려하며 다채로운 동시에 오묘하다. 하나의 생물이 어떻게 저절로 이렇게 복잡하면서도 다채로운 색깔을 가질 수 있는지 괴상하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얼룩소·얼룩말이나 호랑이도 무늬가 있기는 하지만 고작 두 가지 색깔이 적당히 교차하는 수준으로, 공작의 현란한 무늬와 비할 바는 아니다.

공작의 깃털은 구조색(structual color)이라는 방식으로 색을 낸다. 구조색이란 같은 색깔을 띤 물질이라도 미세하게 가공해서 어떤 모양으로 깎아 놓느냐에 따라 멀리서 보면 다른 색으로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재미있게도 현대 대한민국의 속초에서는 함경도 지역에서 건너온 사람들로부터 시작된 순대가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3,000년 전 청동 도끼로 이어졌던 함경도와 속초의 관계가 21세기에는 순대에서 발견된다는 느낌이다.

설악산 공룡능선에 삐죽삐죽하게 솟은 거대하고 넓적한 바위들의 모습이 스테고사우루스의 등 위에 솟아오른 넓적한 뼈와 닮았다고 해서 공룡능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스테고사우루스의 가장 큰 특징인 이 삐죽하게 솟은 뼈들이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도 학자들 사이에서는 완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유럽의 프랑스·스위스 국경 지역에 쥐라산맥이라는 산맥이 있는데, 이 산맥에서 쥐라기 시대에 만들어진 지형이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마침 스테고사우루스는 바로 이 쥐라기 시대에 살던 공룡이다.

쓰임새가 많고 먹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에는 명태를 일컫는 여러 가지 별명도 많다. 얼린 것을 동태, 말린 것을 북어, 추운 곳에서 바닷바람을 맞아 가며 특정한 방식에 따라 말린 것을 황태라고 하거니와, 갓 잡은 것을 선태, 얼리지 않은 것을 생태, 반 정도 말린 것을 코다리, 소금에 절이면 간태, 배를 갈라 말리면 짝태, 날씨가 따뜻해 물러지면 찐태, 하얗게 마르면 백태, 검게 마르면 먹태, 한 번에 마르면 깡태, 새끼는 노가리, 끝물 막판에 잡으면 막물태 등의 이름으로 부른다. 그 밖에도 우두태, 파태, 낙태, 애태, 대태, 춘태, 추태, 일태, 이태, 서태, 오태, 망태, 조태 등 별별 다양한 호칭이 있다.

연락이 갑자기 오래 끊기는 친구를 보고 "잠수 탄다"는 말을 쓸 때가 있는데, 자주 잠수 타는 친구에게 명태라는 별명을 붙여 준다면 깊은 바다에서 사는 명태의 습성과 어울릴 거라는 생각도 잠깐 해 본다.

같은 운향과 식물이지만 긴 세월 동안 어떻게 진화하느냐에 따라 어떤 것은 맵고 아린 맛으로 인기를 끄는 산초와 초피가 되었고, 어떤 것은 새콤달콤한 귤이 되어, 마라탕 국물과 감귤주스만큼이나 다른 결과에 도달했다.

제주 남부 해안에서 최근 큰 피해가 되는 현상으로는 갯녹음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바다 밑이 녹아내린다는 뜻으로 붙은 이름인데, 몇몇 산호에서 관찰되는 석회조류라고 하는 생물들이 갑자기 번창하면서 다른 생물들은 점점 살기 어렵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의 산 대부분이 지금처럼 나무가 많아진 것은 광복 이후 한국인들이 수십 년 동안 애써 나무를 심고 힘들여 가꾸었기 때문이다. 그냥 전통 시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오히려 그 숲은 파괴되어 버린다. 나무를 잘 심고, 잘 가꾸는 것을 목표로 힘들여 관리하고,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 좋은 방법을 알아내고자 노력했기에 지금의 풍경이 된 것이다.

처용이 활동하던 때는 헌강왕 시대인데, 헌강왕은 경문왕의 아들이므로 시기적으로는 가까운 편이다. 그렇다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도 이런 먼 나라들과 신라 간에 교류가 활발했을 가능성은 있다.

울산의 옛 이름은 학성이다. 아마 울산에 사람이 많이 모여들어 꽤 큰 동네가 되면서부터 학성이라는 이름은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울산에는 학성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지명이 있고, 학교·건물·가게의 이름에도 학성이 들어가는 것이 꽤 많다. 학성이라는 말은 학, 즉 두루미의 성이라는 뜻이다.

처용의 시대보다 한참 앞선 시대에는 바다로 떠났다가 가족을 그리워하는 인물의 대표로 치술신모가 여러 사람에게 알려진 편이었다. 치술신모는 박제상의 부인으로 남편이 동쪽 바다로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하자, 남편을 그리워하며 망부석이 되었다는 설화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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