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하는 문학은 이제 그 물음과 응답 앞에 서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모습이 추하든 아름답든 그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자화상을 똑바로 보길 게을리할수록, 회피할수록 우리의 비극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소설을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을 소망하면서 이번 소설을 썼다. 그러나 이런 소설이 완전히 필요 없게 될 세상은 오지 않을 것임도 잘 알고 있다. 그 도정이 인간의 삶이고, 우리네 인생 아닐까.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 발만 앞서 가라. 한  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고르가 말했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노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시)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해거름에 구불거리는 야산 길을 따라 검은 승용차가 날렵하게 달리고 있었다. 그 늘씬한 몸매의 유연함이 마치 잔잔한 물결을 가르는 물개의 매끈한 몸짓 같았다.

모두가 숨 헐떡거리고 있었던 60년대 후반, 그때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백 달러가 될까 말까 그랬으니, 무희의 몸을 휘감은 5만 달러를 바라보아야 했던 이 나라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하였으랴.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것은 고향이 같다는 것과 함께 까마득하게 먼 사람의 관계를 단숨에 옆으로 끌어오는 불가사의한 마력을 발휘하지 않던가. 그건 이성이나 논리적 설명 같은 것을 비웃는 이상야릇한 힘이었다.

조폭은 배신자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지만 회사는 무능자에게 인사권이란 칼을 휘둘렀다. 그러고 보면 회사는 조폭보다 더 매정한 조직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작은 가재가 바위를 질 줄 알고, 작은 여자도 남자를 태울 줄 알더라고 모든 사원들은 타고난 생존술을 그렇게 잘들 발휘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아서 그런가 어쩐가, 내 마음이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원……." 그는 자신을 한심스러워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윤 실장의 별명은 ‘특급 충견’이었다. 그는 그만큼 회장에게 충성을 다 바쳤고, 그 대가로 사내 귀족의 신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물론 재벌 기업에서 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충견 아닌 자들은 하나도 없다고 해야 옳았다. 개도 부지런해야 더운 똥을 얻어먹더라고 경쟁의 첩첩산중에서 동료들 짓밟고 선배들 무찌르며 임원 쟁탈전에 승리한 사람들은 이모저모로 부지런하게 충견 노릇을 잘한 분네들임이 분명했다.

더 보충 좀 하지그래.

뭘 보충하라는 것인가. 양기나 체력을 보충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실력’을 보충하라는 말이었다. 그건, 너 실력 없어, 하는 말이었고, 곧 너 능력 없어, 하는 뜻이었고, 무능력하니까 그만둬, 의 다른 말이었다.

부부 일심동체라 하는데, 그건 잠자리에서 육체에 한한 것인가. 먹이를 구해야 하는 수컷들의 고뇌는 오로지 수컷들의 외로움으로 남을 뿐이라고 강기준은 허전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

새 직함은 이미 며칠 전에 받았었다. 그러나 정작 명함에 찍힌 것을 보니 그 실감이 전혀 달랐다. 인간은 양식(樣式)의 동물이다. 누군가의 말이 새롭게 실감 났다.

그렇게 스케일이 작으니까 지난번에 회장님께서 실형을 받으셨지요.

돈은 귀신도 부린다. …… 하물며 네까짓 사람쯤이야! 강기준은 하마터면 이 말을 쏟아놓을 뻔했다. 그는 윤성훈을 의식하며, 퀴즈 문제 앞에서 발동하게 마련인 소년적 경쟁심을 꾹 눌렀다.

"그다음에 생략된 것이라……, 까짓 사람쯤이야, 아닌가?"

윤성훈이 망설임 없이 말하며 박재우를 쳐다보았다.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돈이면 지옥문도 여닫는다.

돈만 있으면 의붓자식도 효도한다.

돈 있어 못난 놈 없고, 돈 없어 잘난 놈 없다.

돈은 살아 있는 신이다.

"그렇습니다. 그 어떤 조직, 그 누구한테든 통하고, 먹히고, 효과가 납니다. 그건 돈이 생겨난 이후 동서양을 막론하고 돈이 인간을 지배해 온 인간의 역사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어느 인류 문화사가가 말했습니다. 장구한 인류사에서 가장 강한 권력은 돈이었다.

까마득한 2천여 년 전에 사마천이 『사기』에서 말했었지. 자기보다 열 배 부자면 그를 헐뜯고, 자기보다 백 배 부자면 그를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천 배 부자면 그에게 고용당하고, 자기보다 만 배 부자면 그의 노예가 된다.

첫째, 우리 일광의 돈은 절대로 뒤탈이 생기지 않는다. 둘째, 만에 하나 로비 증거가 드러나도 그 상대를 절대 불지 않고 100퍼센트 보호한다.

돈을 향해 움직이는 회장의 남다른 감각과 촉수에 윤성훈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는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유행이란 이해할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하니까 그런 것은 알 바 없고, 그 유행 바람이 자기네 아파트 분양할 때까지 쌩쌩 불어주기를 윤성훈은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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