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전화 받으세요."

준구는 흐리멍덩한 기분으로 담배 연기를 날리다 말고 미스 강을 건너다보았다. 그때 그의 미간은 두어 개의 주름살을 만들며 좁혀지고 눈은 가늘게 오므라들었다.

"누군지 밝히진 않구요, 급한 용건이니 빨리 과장님 바꾸래요."

사무실에 나와 첫 전화를 받으면서부터 장마철같이 지루한 월급쟁이의 하루가 또 시작되는 것이다. 준구는 그 첫 번째 전화 받기를 무척 고역스러워하고 있었다.

선생이란 말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존칭이 아니라 상대방을 묵살하고 기 꺾기에 안성맞춤인 잔인한 무기로 둔갑하지 않던가.

"선생 같은 점잖으신 양반이 교통 위반을 하면 곤란한데요."

"선생 댁이 어디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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