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조 미카사초의 한 무사의 저택에서 매일 밤저택 전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이윽고  천장을 부수며 거대한 발이 뚫고 내려온다. 심하게 더럽혀져 있는데, 천장 위쪽에서 "씻어 라 씻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명령대로 깨끗하게 발을 씻어 주면 발은  고분고분 물러나지만 다음 날 축삼시가 되면,  다시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난잠해진 이 무사가 저택을 바꾸려고 하니 괴현상은 뚝 그쳤다.

새어머니는 아름다웠다.

처음 만났을 때 이후로, 오미요는 새어머니에게 매료되고 말았다. 하얀 목덜미. 날씬한 자태. 작고 붉은 입술은 연지를 바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다. 낭창낭창한 손은 선명한 색깔의 고소데(소맷부리가 좁고 옷자락을 앞에서 교차시켜 여미는 의복)를 꿰매거나 객실에 장식할 꽃을 꽃꽂이하는 등, 이 세상에 있는 아름다운 것을 다루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 보인다.

"저기, 우리 어머니랑 지금 어머니랑, 어느 쪽이 더 예뻐?"

오미요가 물으면 가게 사람들은 잠시 생각하듯이 뜸을 들이고 나서 "옛날 안주인도 몹시 아름다우셨습니다. 비교할 수는 없어요" 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들이 하나같이 ‘잠시 생각한다’는 데에서 오미요는 진실을 보고 있다.

어른들은 뭔가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우면 그것을 보이지 않는 비단에 두른 뒤 입 밖에 내기 위해, 잠시 뜸을 들인다.

그 재빠른 대답에서 오미요는 또 다른 진실을 본다.

어른들은 어린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말을 얼버무리려고 할 때, 생각 없이 말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재빠르게 대답해 준다.

"세상에, 또 거울을 보고 있구나.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오미요는 시집갈 때가 되면 우리 동네의 고마치절세의 미녀로 알려진 헤이안 시대의 여류 가인가 될 게 틀림없어."

덴만구 신사에 매화나 등나무, 싸리의 계절이 오면, 활짝 핀 꽃을 바라보며 술잔을 나누려는 남자들로 가게는 매우 북적거린다.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제대로 밥을 먹을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빠지는 것이다.

아버지는 아무리 좋은 평판이 나고 손님이 넘쳐나게 되어도 가게를 크게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몸집이 커지면 반드시 어딘가에 빈틈이 생긴다. 주인의 눈이 구석구석까지 닿지 않을 만큼 가게를 넓히게 되면 반드시 언젠가는 그 빈틈 때문에 처음 일으켰을 때보다도 가게를 줄여야 할 때가 온다─그것이 신념이었기 때문이다.

강열음
여름에 그해의 강놀이가 시작되는 것을 축하하는 행사

"외톨이는 말이지요, 저도 그렇지만 멋대로 구는 데 익숙하거든요. 이곳 안주인이 될 사람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통솔해야 합니다. 밀거나 당기거나, 야단치거나 칭찬하거나, 그렇게, 사람을 부린다는 어려운 일을 시켜야 하는데, 오랫동안 자신의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되는 데 익숙해진 사람을 데려온다는 것은, 저는 반대예요."

"늦게 걸린 홍역이 무서운 법이지요."

이 세상에 이렇게 즐거운 생활이 있을까 하고 오미요는 생각한다. 뺨을 꼬집어 볼 때도 있다. 슬픈 듯 쓸쓸한 기분이 드는 때는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이 오시즈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뿐…….

그런 생활에도 작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덴만구 경내의 매화 꽃봉오리가 슬슬 피기 시작하려는 무렵, 오미요는 그것을 깨달았다.

도망치려고 물통을 내던지고 달리기 시작하면 많은 발소리가 쫓아온다.

씻어라─ 씻어라─ 씻어라─ 하고 웅얼거리면서.

"무서운 꿈이네요."

"그렇게 당황한 얼굴 하지 말게. 소개가 늦었는데, 나는 에코인의 모시치. 혼조 후카가와 일대를 맡아 쇼군의 명을 받들고 있는 사람일세."

"이봐, 오시즈. 욕심을 부리면 안 되지. 돈 좀 있고 나이 많은 남자의 후처로 들어가서 남자를 죽이고 의지할 데 없는 과부가 되어 놓고, 사촌이라는 말을 퍼뜨려 둔 이사지를 끌어들여 재산을 몽땅 차지해서는 사라져 버린다. 그런 방법은 한 번 썼으면 충분해. 가와사키의 오쿠로야에서, 시나가와의 미노야에서 두 번 연달아 일이 잘 풀린 것도 횡재란 말이야. 어째서 거기서 그만두지 않았나, 응?"

"이타바시 여관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나쁜 추억이, 언제나 뒤에서 쫓아오는 기분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제 이런 짓은 그만두자, 돈은 이미 충분히 벌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더러운 발을 계속 씻는 꿈을 꾸면 돈이 갖고 싶어서, 가난이 두려워서 참을 수 없게 되었다는구나."

오시즈 씨. 어머니. 당신은 가엾은 사람이에요. 오미요는 생각했다. 하지만요, 당신은 당신의 더러운 발로 아버지와 내 마음을 짓밟았어요. 그런 당신의 더러운 발은 누가 씻어 줄까요.

오카쓰는 고함치고 있다. 조베에와 오미요는 오랜만에 눈과 눈을 마주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혼조 남쪽 하수 근처 (현재의 긴시초역 북측)의
메밀국수집 사방등은 아무도 없는데도 언제나 밝게 빛나고 있다. 기름을 채우는  모습을 볼 수 없는데 꺼질 기미가 안 보이니 괴이하다.

아버지는 부처님처럼 착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부처님을 따라 냉큼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잘된 일이 아닌가. 그런 사람이 가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부처님이 되는 것 정도다.

오유는 남자 보는 눈이 엄격해졌다. 어지간해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성의 석벽이라고, 오유는 생각한다. 나를 붙들려면 아주 깊고 차가운 해자를 넘어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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