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와 강에 놓인 오하시 다리(현재의 료고쿠 다리를 말한다)의 북측에 고마도메 해자라는 작은 해자가 있었다. 이 해자의  물가에서 자라는 갈대는 왜 그런지 잎이  줄기의 한쪽밖에 나지 않아 괴이하다

오우미야의 도베에가 죽었다.
혼조 고마도메다리 위에서 내가 그친 하늘을 올려다보며 싸늘하게 식어 있는 시체가 발견되었다.

"에코인回向院(도쿄 스미다 구 료고쿠에 있는 정토종  절)의 모시치는 아무래도 그렇게 보고 있는 모양일세."
에코인의 모시치란 혼조 일대를 담당하고있는 고참 오캇피키岡引(하급 관리 밑에서 범인의 수색·체포를  맡았던 사람)다.

나레즈시
식초를 쓰지 않고 발효로 신맛을 낸 초밥

하코즈시
상자에 조미밥을 넣고 그 위에 생선살 등을 놓아 뚜껑으로 꽉 누른 초밥

니기리즈시
한입 크기로 뭉친 조미밥에 신선한 어패류 등을 얹은 초밥. 한국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초밥이다.

목수 일을 하던 아버지가 그해 겨울에 유행한 몹쓸 고뿔로 돌아가시고, 히코지는 어머니와 어린 남동생과 함께 셋이 집세가 밀려 있는 어둡고 후미진 집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양친 모두 단신으로 인근 마을에서 에도로 나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의지할 수 있는 친척이나 그냥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 대신 먹고살기 위해 무엇이든 했다. 어머니는 낮에는 가까운 음식점에서 일했고 밤에는 잘 시간을 줄여 부업을 하곤 했다. 히코지형제도 바지락 장사에서부터 장작 모으기, 나아가서는 고물상 흉내까지 내 가며 줄타기 곡예사보다 더 위태로운 생활을 지탱했다.
그 줄타기의 줄도 어머니가 쓰러졌을 때 뚝끊어졌다.

"에도 거리에는 다음 끼닛거리도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요. 그런데 그저 허영을 위해 매일 많은 밥을 아낌없이 버리는 짓은 잔인하고 교만한 방식이라고 제게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오우미야는 에도 전체에 이름을 날리며 초밥 가게로서는 파격적으로 가게를 갖추고 점점 커져 갔다. 그것도 오우미야의 기세에 눌려 장사를 할 수 없게 된 가게가 있으면 도베에가 통째로 사들여 오우미야의 분점으로 넓혀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 방식에는 인정사정이 없었다.

"아까 아저씨도 말씀하셨지만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교묘하게 도베에 씨의 눈을 피해제게 밥을 나눠 주곤 하셨지요. 다만 항상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신호를 정해주셨습니다."

‘외잎 갈대‘란 혼조의 일곱 가지 불가사의 중하나다. 료고쿠 다리 북쪽에 있는 작은 강변에서 자라는 갈대의 잎이 어찌된 일인지 한쪽에만 난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풍향 때문인지 물살 때문인지, 아니면 햇볕의 방향 때문인지, 어쨌거나 이곳에서 자라는갈대는 모두 외잎이다. 그 때문에 이 강변까지 ‘외잎 강변‘이라고 불리고 있다.
고마도메 다리는 여기에 걸려 있다.

키 큰 도베에의 얼굴을 오미쓰는 입을 꼭 다물고 마주 보았다. 서로를 노려보는 아버지와딸의 표정에는 이런 상황에는 어울않는웃음을 자아낼 만큼 닮은 구석이 있었다. 둘다 고집쟁이다. 사과할 줄을 모른다.

‘요즘은 내가 아니라 자네가 만든 메밀국수를 먹으러 오는 손님이 늘었다네. 다행이야."
"그것도 전부 아저씨와"
히코지는 추억의 여운 속에서 말했다. "오미쓰 아가씨 덕분입니다."

오미쓰 아가씨는 우리가 굶어 죽지 않도록 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좋은 꿈을 꾸게해 주고, 저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내로만들어 주셨습니다. 외잎 갈대가 언제나 저와아가씨의 약속을 생각나게 해 주었지요. 저같은 놈에게 그렇게 많은 추억을 주신 것만으도 충분했습니다

뭔가 나무 부스러기 같은 것이 도베에의 나막신과 옷소매에 붙어 있었다.
그 여자 눈물을 흘리면서 합장을 하고 있던 그 여자다. 그 여자가 사라진 자리에도 나무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었다.

남자는 세 사람을 날카롭게 훑어보았지만 모시치의 허리띠 사이에 꽂혀 있는 짓테(체포 도구의 일종. 쇠나 나무 등으로 만든 막대의 손잡이에 갈고리 같은 것을 단 무기)를 알아차리자 흐리멍덩했던 눈이 번쩍 뜨였다. 재빨리 판자문을 열고 이웃 임대주택으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아버지는 말씀하셨어요. 돈이라면 있다고. 너희를 그냥 키워 줄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요. 너희는 앞으로 어른이될 테고, 남에게 적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걸 배워서는 안 된다고요."

적선을 하는 것과 돕는것은 다르다고요. 적선을 하면 적선한 사람은기분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적선을 받은 쪽을망가뜨리게 된다고요.

"오소노 씨가 말하는, 결국 나리가 말씀하셨.
던 ‘적선하는‘과 ‘돕는‘의 차이를 저 같은 사람은 압니다. 그런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님이 그것을 아시게 하기란이제 무리일 겁니다. 나리와 싸우던 원인도항상 그 일이었습니다. 앞으로 장사를 통해얼마쯤 고생을 하면서 서서히 깨달아 나가시면 좋겠습니다만."

"그렇지? 그건 말일세, 자네를 하라스케의가게에 소개한 사람이 오우미야의 도베에였기 때문일세."

어린아이의 약속이다....... 히코지는 생각했다. 이미 잊었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중요한것은 그 약속이 나를 지탱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히코지는 쓸쓸함을 억누르며 자신을 타일렀다.

"외잎 갈대네."
오소노가 문득 중얼거렸다.
"신기하네요. 어째서일까?"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마음에만 남아 있는추억을 나타내듯이, 한쪽에만 잎이 나는.

"모르기 때문에 좋은지도 모르지요."
히코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불쑥 손을 뻗어갈댓잎 하나를 뚝 꺾었다.

혼조 근처에서 이슭한 밤에 혼자 밖을 걸어 다니면 아득히 먼 전방에 오드카니 등롱의 빛이 보인다.
누군가 사람이 있으려나 생각해 신경 쓰지 않고 걸어가도 비슷한 정도의 거리에서 계속 등롱의 빛이 보인다. 마치  자신을 배웅해 주는 것 같지만 따라잡으려고 발을 빨리해도 잡을 수 없고, 등롱을 들고 있는 것의 정체도 알 수 없다.

오린이 희생양으로 뽑힌 것은, 오노야에는 달리  뱀띠해에 태어난 여자가 없었으니까. 이유는 단지 그것뿐이었다.

백일 밤이 지나 자갈이 백 개 모이면 그 하나하나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오카와 강에 흘려 보내는 거야. 그렇게 하면 반드시 맺어진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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