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가 먹고 싶다 
갑자기 홍시가 먹고 싶어졌다. 가을 햇살이 비치면 투명한 붉은색으로 빛나는, 말랑말랑한 홍시가 먹고 싶어졌다. 밤 열한 시가막 넘은 시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선다. 늦가을 찬 기운이 옷섶을 헤친다. 가로등은 안개에 싸여 희미한 가스등처럼 아련하고, 이따금 스치는 가을 밤바람에 가로수 노란 잎이 흩뿌린다. - P187

한의학에서는 경전처럼 여기는 책 중에 <본초>가 있다. 여기에는 감의 좋은 점을 ‘칠절‘이라는 이름으로 기록해두었다. 첫째는 수명이 길다는 점, 둘째는 잎이 풍성하여 그늘이 짙다는 점, 셋째는 새가 둥지를 틀지 않는다는 점,  넷째는 좀이나 벌레가 없다는 점, 다섯째는 단풍이 들었을 때 잎이 아름답다는 점, 여섯째는 과일이 먹음직스럽고 곱다는 점, 일곱째는  잎이 살지고 큼직해서글씨를 쓸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본초》권30). - P189

귀한 곶감보다 더 흔한 주전부리는 감 껍질이었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 감 껍질을 벗기는데, 그 껍질을 그냥 버리지 않는다.  그것들은 따로 모아서볕에 잘 말린 뒤, 독에  넣어서 뒷방에 갈무리해둔다. 긴긴 겨울밤이  오면 우리는 말린 감 껍질을 한 바가지씩  퍼와서 맛있게 먹곤 했다. 간간이 그 껍질  속에서 숭덩숭덩 썰어 넣은 감 덩어리라도 발견할 때면, 마치 큰 보물을 얻은 것 같은 기쁨을 맛보았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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