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용돈이 든든하다 낡은 신발이나마 닦아 신자 헌옷이나마 다려 입자 털어 입자 산책을 하자 북한산성행 버스를 타보자 안양행도 타 보자 나는 행복하다 혼자가 더 행복하다 이 세상이 고맙고 예쁘다 - P153
윤사월 박목월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오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 P154
아마 당신이 아침식사 때 내놓으려고 남겨둔 것일 텐데
용서해요, 한데 아주 맛있었소 얼마나 달고 시원하던지 - P157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 P158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 P160
달은 넘어가고 별만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 P164
바람이 나를 가져가리라 햇살이 나를 나누어 가리라 봄비가 나를 데리고 가리라 - P167
사막 오르텅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으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 P168
담배 한 대 피우며 한 십 년이 흘렀다 그동안 흐른 것은 대서양도 아니었고 태평양도 아니었다 - P171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 P172
나의 노래는 라일락꽃과 그 꽃잎에 사운대는 바람 속에 있다.
나의 노래는 너의 타는 눈망울과 그 뜨거운 가슴 속에 있다. - P174
내가 만약 촛불을 밝히지 않는다면, 당신이 만약 촛불을 켜지 않는다면, 우리가 만약촛불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 어두움을 어떻게 밝힐 수 있는가? - P178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 P192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싶어라. - P194
언덕으로 들어가, 거기 대장간을 지어라, 거기 풀무를 만들고, 거기 쇠를 달구고, 망치질하며 노래하라! 우리가 들을 것이다. 듣고, 네가 어디 있는지 알 것이다. - P196
서시 이정록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내 몸이 너무성하다. - P202
개가 울고 종이 울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 P210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이여 - P210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 P212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 P240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 P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