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을 열고 세상에 있는 것들을 본다. 또한 귀를 열고 당신이 말하는 내용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우리는 위대한 정령에게 감사드린다. 감사를 받을 분은 오직 그분이시다.

중요한 것을 말할 때는 길게 말하지 말고 짧게 요점만 말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우리에게 한 말을 여기서 반복하진 않겠다. 그 말들은 우리 마음속에 생생히 새겨져 있으니까. 당신은 이곳을 떠나기 전에 당신의 말에 대한 우리의 대답을 어서 듣고 싶다고 했다.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다. 당신은 먼 곳에서 왔고, 우리는 당신을 붙잡아 둘 생각이 없으니까. 하지만 먼저 조금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아버지들이 우리에게 한 말, 그리고 우리가 얼굴 흰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들을 당신에게 들려줘야만 하겠다.

파도가 한번 밀려갔다가 돌아오면 더 많은 낯선 자들을 싣고 왔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들을 친구로 맞이했으며, 그들 역시 우리를 형제라 불렀다. 우리는 그들을 믿었고, 그들에게 더 넓은 지역을 내주었다.

단 하나의 종교만 존재한다면, 왜 당신들 얼굴 흰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 그토록 의견이 다른가? 당신들 모두 그 책을 읽을 수 있는데, 왜 서로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가? 우리는 도무지 그 점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얼굴 붉은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종교란 사람 개개인과 신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검은 코트를 입은 자들은 우리에게 아무 이익을 주지 못한다. 만약 그들이 그토록 훌륭하고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왜 자기 나라에 붙잡아 두지 않고 이 먼 곳까지 보냈겠는가?

검은 코트들은 우리에게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열심히 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 자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누군가가 그들을 먹여 살리지 않으면 굶어 죽고 말 것이다.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일 뿐, 옥수수 농사도 감자 농사도 짓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대한 정령께서 다 해 주실 텐데 왜 끝없이 우리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는가?

당신들이 그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걷는 것을 보았다. 그 돈이 정확히 어디에 쓰이는진 모르지만, 그것이 당신들이 먹고 살기 위한 것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우리가 당신들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면, 당신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얼굴 흰 사람들은 우리를 자신들의 모습대로 만들려고 한다. 그들은 우리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파괴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우리가 자신들에게 동화되기를 바란다. 그들은 우리가 그들처럼 만족스럽게 살 것이라 여긴다. 그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물질과 욕망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방식과는 크게 다르다. 우리는 얼굴 흰 사람들에게 흡수되기보다는 그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 그들의 시설물을 우리는 어느 것 하나 원하지 않으며, 우리의 종교와 우리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아이들을 키우기를 원한다. 자유롭게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고, 평화롭게 살고 싶은 것이 우리의 소망이다. 이 대지 위를 방랑하며 우리를 이곳에 내려보낸 창조주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싶다. 우리는 권력을 원하지 않는다. 정치인이나 은행가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 자신이 되기를 원할 뿐이다. 우리의 유산을 갖고 싶을 뿐이다. 왜냐하면 이 땅의 주인은 우리들이고, 우리는 이곳에 속해 있으니까. 얼굴 흰 사람들은 모두를 위해 자유와 정의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그 자유와 정의가 있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부분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

거꾸로 우리가 백인들에게 인디언식으로 살라고 강요했다면 그들도 저항했을 것이다. 왜 바꿔 생각하지 못하는가?

큰 독수리(왐브디 탕카)_산티 수 족

백인들은 왜가리를 보호하고, 하와이에 있는 거위들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쏟는다. 그런데 왜 인디언들의 삶의 방식을 보호하려고는 하지 않는가?

환경 보호 세미나에 참석한 어느 인디언

위대한 정령께서는 당신에게 두 개의 귀를 주셨지만, 입은 하나만 주셨다. 그것은 당신이 말하는 것보다 두 배나 많이 귀 기울여 들으라는 뜻이다.

두 마리 매(투 호크스)의 할아버지_라코타 족

당신들이 온 이후로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러니 사냥이니 날쌘 동작이니 하는 것에 대해 굳이 작별을 고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제 삶은 끝났고, ‘살아남는 일’만이 시작되었다. 이 넓은 대지와 하늘은 삶을 살 때는 더없이 풍요로웠지만, ‘살아남는 일’에는 더없이 막막한 곳일 따름이다.

아메리카 인디언 연사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주의 깊게 정리하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은 그들이 젊었을 때 곧잘 침묵의 장소에 가서 며칠이고 명상에 잠기곤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디언들의 어려서부터의 전통이었다.

당신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을 쫓듯이 부와 권력을 따라 뛰어다닌다. 그러나 손에 움켜잡는 순간 그것들은 힘없이 부서져 버린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인간이라기보다는 비버에 가깝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단순히 두 다리로 걷고, 글을 쓰거나 읽을 줄 알고, 수천 가지 다른 일들을 할 줄 안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공격하거나, 내 물건을 훔친 적도 없다. 죄인을 처벌하는 법이라는 것도 없다. 자신의 땅이 아닌 곳에서는 백인들과 싸움을 벌인 적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사랑하지 않는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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