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닐 차크라바티의 여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그간의 우정에 따른 것이기도 했지만, 결혼식이 동인도 비하르지방에서 열린다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 P23

장장 스무 시간이 넘게 걸린 기차 여행은 구루지가 도중에 갑자기 사라진 것 말고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소똥 묻은 긴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그 사두는 기차가 도중의 한 역에 정차하자 아무 말도 없이 내려 그냥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기차안을 아무리 뒤지고 다녀도 구루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 P24

내 생애에 몇 가지 불가사의한 일들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도중에 사라졌던 아산티구루지가 펑하고 등 뒤에 나타난 것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 P25

외곽 지대에 도착했을 때, 운전수는 돈도 제대로 세어 보지않고 나는 듯이 되돌아갔다. 나는 저런 릭샤를 다시 타느니 차라리 강도를 만나는 게 백 배는 낫겠다고. 이마의 혹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시바 신은 당장에 강도들을 내려보냈다. - P26

"당신이 방금 읊어 준 그 시에는 아까말한 제목이 전혀 어울리지가 않소. 제목을 바꾸도록 하시오. 차라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로 하는 게 나을 것이오." - P27

"이런 시간에 걸어다니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소. 앞으로는조심하시오. 이 지역의 인도인들은 모두 날강도나 다를 바 없으니, 절대 믿지 마시오."
강도가 다른 날강도들을 조심하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하고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쑤닐의 시골 마을입구까지 태워다 주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대단히 친절하고, 또한 몹시 불가사의한강도들이었다. 신분이 신분인지라 서로 연락처도 주고받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 못내 아쉬웠다. - P28

훗날 나는 우연히 <인디아 타임스>의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비하르 주에서는 여섯 달 동안에 살인사건이 무려 2,600건, 납치가 1,200건, 강력 범죄가 무려 6만 건이 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하루에 14명이 죽고, 4시간마다 1명씩 납치된다는것을 뜻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가를 깨달았다. - P28

어쨌든 우리는 강도를 만난 덕분에 다른날강도들을 신경 쓰지 않고 무사히 결혼식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 P28

내가 저리가라고 아무리 손짓을 해도 아이들은 어린 공작새같은 눈을 뜨고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내가 휴지를 꺼내자, 한 소녀가 작은 물통을 내밀며 말했다.
"사히브, 그 더러운 종이를 쓰지 말고 이 물을 써요." - P29

에크, 도, 틴(하나, 둘, 셋! 하고 플래시가 터지고, 쑤닐의 스승아산티 구루지와 나를 중심으로 둘러선 모든 사람들이 한 장의사진에 박혔다. 신혼부부의 첫 순간이, 그리고 신비로운 내 여행의 한순간이 그렇게 동인도 비하르의 밤하늘을 뒤덮은 수많은 별자리들 속에 영원히 기록되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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