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철학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나를 나로 인식하고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철학적 자아‘는 달라졌고 더달라질 것이다. 내 철학적 자아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가. 어느 시점의 내가 다른 시점의 나와 다르다면 어느 것이 나인가? 오직 현재 시점의 자아만 의미가 있다면 과거에 내가 한일을 이유로 지금의 나를 비판하거나 칭찬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아닌가.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내가 누구라고 말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가? - P45

외모를 꾸미는 데 돈 쓰기를 주저한다. 기도를 들어주는 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후 세계, 지옥과 천국, 윤회, 육체와 분리된 영혼, 구원, 영생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지성을 뽐내는 사람은 부러워하지만 돈과 권력을자랑하는 사람은 경멸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나는안다. 그러면 나를 아는 것인가? - P46

‘나는 누구인가?‘ 이것은 인문학의 표준 질문이다. 그러나인문학 지식만으로 대답하기는 어렵다. 먼저 살펴야 할 다른질문이 있다. ‘나는 무엇인가?‘ 이것은 과학의 질문이다. 묻고 대답하는 사유의 주체를 ‘철학적 자아‘라고 하자. 철학적자아는 물질이 아니다. 그러나 물질인 몸에 깃들어 있다. 나를 알려면 몸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일반 명제로 확장하면이렇게 말할 수 있다. ‘과학의 질문은 인문학의 질문에 선행한다. 인문학은 과학의 토대를 갖추어야 온전해진다.‘ - P47

사람 뇌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일한다. 그래서 1.4킬로그램 안팎으로 평균 체중의 2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데도혈액의 25퍼센트와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쓴다. 사람만큼 뇌가 발달한 동물은 없다. 뇌의 주름을 펴면 쥐는 우표한 장, 원숭이는 엽서 한 장, 사람은 신문지 한 장 정도다. - P49

아리스토텔레스는 뇌과학의 역사에도 등장한다. 플라톤의 제자였고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드로스의 과외교사였던 그는 인류 역사의 가장 두드러진 ‘인문학 천재‘다. - P52

어느 대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직원 평균 연봉의 1,000배를 가져가는 것은 그 사람이 자기 연봉을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지 생산에 1,000배 더 기여해서가 아니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똑같은 작업을 하는 원청 소속 노동자의 절반 수준 시급을 받는 것은 중간착취와 불평등을허용하는 제도 때문이지 생산 기여도가 낮아서가 아니다. 한계생산력분배이론의 오류는 신경세포의 작동 원리를 물리법칙 형식으로 만들어 신경세포와는 무관한 경제현상에 적용한 데서 생겼다. - P62

따뜻한 심성과 훌륭한 인격을가진 학자도 있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앨프리드 마셜 교수가 그런 사람이었다. 걸출한 경제학자인 동시에 온화한 휴머니스트였던 그는 제자들한테 "찬 이성 더운 가슴"cool headwarm heart을 주문하곤 했다. 냉철한 이성으로 합리적 경제정책을 추진하되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연민을 가지라는말이었다. - P63

아리스토텔레스는 얼마나 대단한가. 명백한 오류임을과학자들이 분명하게 밝혔는데도, 두뇌는 계산하고 심장이느낀다는 관념은 지식인의 언어습관에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내가 다녔던 대학 경제학과의 마지막 소절 가사도 "찬 이성 더운 가슴"이었다. 심장은 그저 뛰기만 하는 근육 덩어리임을, 냉철한 손익계산도 따뜻한 연민도 모두 뇌가하는 일임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왼쪽 가슴에 손바닥을 대고 그 노래를 불렀다. 나도 아리스토텔레스 추종자였다. 당연하다. 경제학은 인문학이고, 나는 문과니까. - P63

칸트는 자신의 시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칸트만 그런 게아니다. 어떤 천재도 자신의 시대를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한다. 칸트의 인식론은 불가지론사물이 우리의 주이다.
관과 무관하게 존재하지만 우리는 사물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무얼 알고 무얼 모르는지 알았다. 그런 점에서 남달랐다.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 P71

별개의 현상인 줄 알았던 전기와 자기가 서로를 유도하는 결합 현상임을 밝힌 영국 물리학자 패러데이 Michael Faraday(1791~1867)와 몇 개의 방정식으로 빛이 전자기파라는 사실을정리한 스코틀랜드 물리학자 맥스웰James Maxwell(1831~1879) 덕분에 우리는 이런 사실을 안다. 그들은 자신이 발견한 사실이 무슨 효용이 있을지 짐작하지 못했지만 전기부터 전화·라디오·텔레비전 · 인터넷과 휴대전화까지 우리가 쓰는 모든 전기·전자기기는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발견에서 비롯했다. - P73

진동수에작은 상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빛의 에너지를 알아냈다. 그 상수는 6.6260755를 104로 나눈 극히  작은 값이다.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플랑크 상수‘라고 한다. 플랑크는 빛의복사가 불연속적인 에너지 덩어리의 방출 · 전달·흡수 현상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가 발견한 불연속적인 에너지 덩어리가 바로 ‘양자‘量子(quantum)다. - P74

칸트는 옳았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옳았다. 그의 시대에는 망원경만 있었고 현미경이 없었다. 고전역학은 있었지만 양자역학은 없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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