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동안 애나는 누군가―부모나 대통령이나 어디선가 선을 위해 투쟁하는 누군가―가 와서 자신을 해방시켜주기를 소망하며 불임화를 거부했다. 자신의 정체성에서 지키고 싶은 한 부분, 바로 어머니라는 정체성을 자신을 억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어주기를 거부했다. 자신을 계속 살아가게 해주는 단 하나의 희망의 근원을 넘겨주기를 거부한 것이다.

부적합, 그것은 판단이 아니라 그냥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다.

자신에게서 자유와 유년기, 아이를 갖겠다는 꿈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간 관념들을 전파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 같은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애나는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나는 분노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고, 흉터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내 언니를 보았다면, 아마 언니도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는 현금출납기 앞에서 허둥대는 사람이니까. 또한 그는 나 역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을것이다. 나의 슬픔은 그에게 불쾌감을 주었을 것이고, 도덕적 실패의 표시로 여겨졌을 테니까. 숨에서 유황을 내뿜는 인생의 낭비자.

아, 그것은 엉킨 실타래였다.

제 꼬리를 먹는 우로보로스.

복수를 하겠다고 나무로 기어 올라갔지만 높이 뜬 독수리라는 진실에 얻어맞아 나가떨어진 파란 꼬리의 스킹크.

나는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심정이었다.

바로 그때 그 깨달음이 내 머리를 때렸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깨달음. 애나가 중요하다는, 메리가 중요하다는 말. 혹은 이 책을 읽는 당신(넘어지지 않게 꼭 붙잡으시라)이 중요하다는 말.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것이 민들레 법칙이다!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반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그건 너무 음울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가장 심한 비난의 말로 표현하자면, 비과학적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가장 좋은 자질을 지닌 남자들이 싸우러 나가 죽으면 "부적합한" 자들이 남아서 번식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휴, 한숨이 나온다.

그의 이야기는 결국 이렇게 끝나는 것일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자기 죄에 대한 벌을 받지 않고,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런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우주적 정의의 감각 같은 건 그 까칠하고 무의미한 조직 속 어디에도 새겨져 있지 않을 만큼 야멸차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분류학자들이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조류는 존재한다.

포유류도 존재한다.

양서류도 존재한다.

그러나 꼭 꼬집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 어리둥절하게 들리는 개념을 캐럴 계숙 윤Carol Kaesuk Yoon의 경이로운 책 《자연에 이름 붙이기Naming Nature》에서 처음 접했다.

소. 연어. 폐어. "여기서 나머지 둘과 다른 하나는 무엇일까요?" 하고 그들은 물었다. 이 무리에서 관계가 가장 먼 것은 어느 생물일까요?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어류가 존재하나요?" 그러자 반세기 동안 분류학자로 일해온 데이브 스미스는 애매하게 얼버무리는 몇 마디를 뱉어내다가 결국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인정했다.

나중에 나는 미국자연사박물관의 어류분과 수석 큐레이터인 멜라니 스티아스니에게 전화해 그에게서도 어류라는 범주가 사라졌는지 물었다. 멜라니는 "어이쿠" 하고 운을 떼더니 "널리 그렇게 받아들여지죠"라고 말했다. 당신도 상상할 수 있듯이 무덤덤하게.

"왜냐하면 별들을 포기하면 우주를 얻게 되니까"라고 헤더는 말했다. "그런데 물고기를 포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코페르니쿠스가 별들을 포기했을 때 그는 이단이라는 저주 어린 판결을 받았다. 조르다노 브루노가 별들을 포기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화형대에 묶어 불에 태웠다. 갈릴레오가 별들을 포기했을 때 그는 가택연금을 당했다.

"언어적 거세"라고 표현했다. 즉 그것은 우리가 언어를 사용해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방식이자, 우리 인간이 정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 단어들을 발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커튼들 너머, 우리가 자연 위에 그려놓은 선들 너머를 간절히 보고 싶었다. 다윈이 거기 있을 것이라 약속했던 땅, 분기학자들이 볼 수 있었던 땅, 어류는 존재하지 않으며 자연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경계가 없고 더 풍요로운, 아무런 기준선도 그어지지 않은 그곳을.

이건 내가 그려왔던 인생이 아니었다. 체격이 아주 작고, 나보다 일곱 살이 어리며, 자전거 경주에서 나를 이기고, 툭하면 나를 향해 어이없다는 듯 눈동자를 굴리는 여자를 쫓아다니는 것은. 그러나 이건 내가 원하는 인생이다.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 자연이 프린트된 커튼 뒤를 들춰보았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무한한 가능성의 장소를 보았다. 모든 범주는 상상의 산물이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느낌이었다.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해골 열쇠를 하나 얻었다. 이 세계의 규칙들이라는 격자를 부수고 더 거침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물고기 모양의 해골 열쇠. 이 세계 안에 있는 또 다른 세계.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고 하늘에서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며 모든 민들레가 가능성으로 진동하고 있는, 저 창밖, 격자가 없는 곳.

그 "질서"라는 단어도 생각해보자. 그것은 오르디넴ordinem이라는 라틴어에서 왔는데, 이 단어는 베틀에 단정하게 줄지어 선 실의 가닥들을 묘사하는 말이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삽화에 관한 몇 마디
이 책에 실린 삽화는 19세기에 처음 생긴, 판에 직접 새기는 스크래치보드 기법으로 만든 것이다. 점토로 된 흰 하드보드를 검은 먹물로 코팅하고, 무엇이든 긁어낼 수 있는 도구로 검은 부분을 긁어내어 그림을 새기는 방법이다. 이 책 삽화에서 판화가는 바늘을 기본 도구로 사용했다.

변화에 관한 몇 마디
이 책이 출간되고 여섯 달 뒤, 스탠퍼드대학과 인디애나대학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름이 붙은 건물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두 학교 모두 학생들과 임직원, 교직원, 졸업생들이 편지와 기사, 온·오프라인 시위로 항의한 결과 내려진 결정이다.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조류는 존재한다.

포유류도 존재한다.

양서류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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