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숙원이란 첫째로, 학문적으로 해상실크로드의 환지구론(環地球論)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고증하려는 것이다. - P18
다음으로 그 숙원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구지욕(求知慾)이다. - P19
그런가 하면 서구 식민주의자들의 악의에 찬 작간으로 인해 여지없이 난도질당해온 라틴아메리카의 중세는 중세대로 혼미와 역설說)의 허울을 벗어던지고 그 본연이 밝혀질 것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서구 식민주의자들은 ‘미개한 석기시대로부터 서구의 식민화에의한 ‘선진‘ 근대로의 전환을 이른바 ‘라틴아메리카역사 패턴‘이라고 강변한다. 과연 이런 강변이 가당한 역사주의적 논리인가? 이것은 분명 역사의 단절이고 초단계적 도약일진대, 인류사에서 이러한 단절과 도약은 과연 있을 법한 일인가? 또한 이 땅의 주인인 원주민의 참여 없이 백인에 의해, 백인만을 위해 강요된 ‘분가(分家)‘ ‘분조(分朝)‘를 ‘독립‘으로 둔갑시킨 근대는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중세를 맞아 한결같이 원주민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다인종사회가 된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풀어만 갔다. - P19
끝으로 학문 외적으로는, 그 시절 인생의 표상으로 삼아왔던 ‘체 게바라의 길‘을 직접 밟으면서 그를 기리려는 마음속 깊은 염원 한가지가 더 있었다. 체 게바라는 자기희생으로 ‘사건창조적 위인‘으로서의참모습을 걷는 길마다에 오롯하게 각인함으로써 세인 특히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길을 찾아 열사의 심원한 세계변혁사상과숭고한 글로벌정신을 되새기려던 계획이 30년 전 중도 좌절된 이래줄곧 절절한 미련으로 남아 있었다. 고스란히 오늘을 기다리면서. - P20
130여년 전 독일의 지리학자 리흐트호펜에 의해 실크로드라는 이름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이래 문명교류 통로로서의 실크로드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와, 2차대전 이후에는 전래의 오아시스 육로말고도 초원로와 해로(해상실크로드)가 각각 실크로드의 3대 간선으로자리매김했다. - P21
우리가 라틴아메리카를 문명의 보고라고 하는 것은 우선, 인디오들이 남겨놓은 잉카문명이나 마야문명, 아스떼끄문명 등의 고대문명이야말로 휘황찬란하며, 그것이 곧 인류 공유의 귀중한 문화유산이기때문이다.
문명의 보고이자 미지의 세계이기도 한 라틴아메리카 땅을 한번실컷 밟아보는 것은 오랜 숙원이었다. - P31
우리가 라틴아메리카로 가는 도중에 굳이 리스본에 들른 것은 그 옛날 이곳 사람들이 대서양 물길을 처음으로 터놓은 후 한동안 그 길을 타고 동반구와서반구가 만났으며, 중세 ‘대항해시대‘의 막이 여기서 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장도의 닻을 이곳에서 올리기로 했다. - P33
이제 경로(敬老)는 인간들이 공유하고 있는 보편가치가 되어 이 박물관에서도 60세이상의 관람객에게는 입장료를 반값(1.25유로)으로 낮춰주고 있다. - P37
게다가 유럽치고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민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가축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도대체 이곳 사람들은 무얼 먹고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자못 궁금했다. 어제까지는 남의 등을 쳐서 이럭저럭 살아왔지만, 오늘을 전전긍긍하며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지난 시기 일시 허장성세를 부리던 기존 식민제국들의 가냘픈 현실이다. - P47
1502년 1월 구아나바라만(灣)에 이른 포르투갈 탐험대는 만을 강으로 착각하고 포르투갈어로 강이라는 뜻의 ‘히우‘ (rio)와 1월이라는 의미의 ‘자네이루‘를 합성해 이곳을 ‘히우데자네이루‘라고 불렀다. 무지에서 온 오명(名)인 줄 뻔히 알면서도, 체면과 위선에 사로잡혀 우겨대는 바람에 아이러니하게도 오명이 관용으로 굳어져 오늘에 이른 경우다. 오용(誤用)이라도 일단 관용으로 굳어버리면 바로잡기란 녹록지 않다. - P57
아, 북방유라시아 초원로의 전유물로 알려진 비너스상이 여기에도 있다니! 인간들의 지적 수준이 비슷하게 될 때, 유사한문명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모건의 ‘심리공통설‘로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두고 풀어야 할 숙제다. - P84
도시에서 무엇을 찾아보아야 할지 불현듯 고민이 일어났다. 그 자본주의적 ‘개발‘이란 숱한 희생과 소외, 저주와 환락에 의해 생겨난 ‘배설물‘에 불과할진대, 어떤 것은 알아야 하기에 파헤쳐야 하며, 또 어떤 것은 역겨워서 그만 넘어가야 할 것인가를 가려내는 것이 고민이다. 그것은 이곳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해가는 첫 공정이기도 하다. - P105
알고보면 ‘개척‘이나 ‘개항‘ ‘개방‘은 마치 야누스의 두 얼굴과 같다. 어느 한쪽만 보면 악 아니면 선, 한가지로만 보인다. 두 쪽을 맞대고 보아야 비로소 진실이 드러난다. 이 사실을 미지의 대륙 아메리카를 여행하면서 내내 내려놓지 말아야 할 화두로 간직하기로 결심하며 쌍빠울루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 P125
묘비의 상단에는 에비따의 다음과 같은유언이 새겨져 있다. "내가 멀리 갔다고 슬퍼하지 말라. 네가 있음으로 인해 내가 있다. 내 모든 사랑과 슬픔은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그리스도를 닮아가려는 작은 목표를 이루었다." - P172
방문을 마치면서 스크랩 마지막 두번째 장에 이런글을 남겼다. "사건창조적 인간‘ 체 게바라 동지의 세계변혁정신 영생불멸하리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정수일, 2012년 6월 29일. 남겨서 빛을 발하는 글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주인과 포옹으로 작별인사를 나눴다. - P203
사랑하는 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내가 너를 다시 볼 때는 고통도 망각도 없을 것이다. - P206
"남극문명 이해의 보고! 한반도를 경유한 아메리카로의 고대민족 이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있다.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정수일, 2012년 6월 30일 오후 4시20분." - P213
흔히 ‘마젤란 세계일주‘라고 말하는데, 사실은 노정에서 보다시피 ‘세계일주‘는 그와 엘까노의 합작품이다. 마젤란-엘까노의 세계일주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것과 아메리카와 아시아 및 유럽은 서로가 연결되지 않은 별개의 대륙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 P236
아옌데는 라틴아메리카의 변혁, 이를테면 그 지긋지긋한 남미병을 치유하려고 손발을 벗고 나선 몇 안 되는 변혁의 선구자로 필자가추앙해온 사람이며, 그의 사상과 이념, 정책 그리고 생애까지를 심층탐구해보고 싶었던 인물이다. 동상에는 "나는 칠레가 가야 할 길, 칠레의 미래를 확신한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이 새겨져 있다. 그는 칠레가 ‘가야 할 길‘을 개척하기 위해 한생을 바쳤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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