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갖지 못한 과거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술 한 잔에 털어버리자고 계속해서 다짐한다. 내 것이 아닌 과거보다는 눈앞의 소주와 돼지갈비가 더 좋으니까.

경상도 집에서 꿋꿋하게 자라나 경상도집에서 미친 듯이 취해본 K-장녀란 이 정도 고집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얗던 얼굴이 새빨개진 채 "쟤가 그럴 리 없다"고 하던 내 첫사랑이여, 그럴 리 없기는 뭐가 없어. 나는 울컥해서 첫사랑을 한 대 쳐서 울려버렸다.

보통의 해장은 술의 흔적을 지우는 데만 급급하지만, 진정한 해장은 술을 다시 원하게 만든다. 술이 있어야 해장도 할 수 있고, 해장을 해야 술도 다시 마실 수 있는 법이니까. 이것이 가능할 때, 주정뱅이들은 현실에서 탈출해 2차원의 이상향으로 진입한다. 한 면은 음주, 다른 한 면은 해장이라고 쓰인 뫼비우스의 띠다.

아아. 그곳은 칼국숫집이었으나 제게는 칼국술집이었습니다.

한라산을 좋아한다. 오를 수 있는 한라산이 아니라 마실 수 있는 한라산 쪽이다.

투명하게 비치는 병에 담긴 소주는 한라산 백록담까진 아니어도 그 언저리의 기운 정도는 담긴 영험한 약수 같다. 괜히 신선하게 느껴지는 기분은 덤이다.

한라산이 맛있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한라산을 팔 것.

둘째, 제주도와 관련된 안주를 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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