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고 해서 밥솥 안에 늘 밥이 있을 리 없었다. 밥이 있다고 해서 없던 반찬이 갑자기 생겨날 리 없었다.
집밥이 그립다는 건 그 밥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고, 그 누군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단 말이었다.
내가 모르는 어떤 집 안의 냄새까지 우려진 듯한 사골국 같은 것들이었다. 재료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는 걸, 같은 이름이 붙은 반찬이어도 무한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하수는 답변이 채택될 때마다 내공을 쌓으며 고수로 성장하고, 나아가 영웅, 지존, 초인이 된 뒤 마침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신이 된다.
그렇게 신이 되려는 중생들과 신에게 답을 구하는 중생들로 가득한 이 사이트에서, 나 역시 내공을 쌓는 한 (초)중생이었다.
"우리 포대포에서 볼까요?"
‘포대포’에 가자는 말은, 밥 한 끼보단 술 한잔하자는 뜻이다.
이제 소주다. 흔히 볼 수 있는 소주가 아니다. 무려 17년산이다. 라벨에 네임펜으로 ‘17’이라고 덧쓰여 있고, 모 브랜드 피자집 로고가 박힌 빨간 리본을 병목에 둘러 위스키 흉내를 내고 있는 소주다. 지나치게 어설퍼서 어처구니없는 모양새지만 기꺼이 속아주기로 한다. 술값을 걱정하지 않고 여유롭게 17년산 하나 달라고 외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일 테니까.
지식iN에서 나의 답변을 받은 사람들도 사실은 나에게 속아주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앞에서 도망치고 싶은 나는 황급히 17년산 소주를 가지러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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