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중인 인물을 그리고 싶다는 유혹은 늘 있게 마련이지. 동작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누가 봐도전자는 더없이 ‘매력적인‘ 소재임이 분명하니까. - P96

그렇다고 이런 ‘매력‘이 진실을 은폐해서는 안 되겠지. 삶에는 휴식보다 고된 노동이 더 많다는 게 진실이니까. 이런 내 생각을 너도 이해할 거야. 난 진실의 편에서 작업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 P96

반 고흐는 1883년에도 데생을 많이 그렸다. 인물 습작과 헤이그의 거리 풍경을 담은 이 그림들은 그가 예나 다름없이 소박한 소재들에 매료당했음을 증명해준다. 이 해 여름에 그는 토탄 캐는 사람들과 감자 캐는 사람들의 습작에 몰두한다. 간혹 수채화나 유화를 내놓기도 했지만, 채색화를 그리려면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사실과는 무관하게 데생에 대한 그의 집착은 여전했다. - P99

이 해 가을 시엔과 결별한 뒤 그는 드렌터라는 벽지로 가서 일종의 예술가 마을을 만들 생각을 한다. 반고흐는 황량한 이 지방 풍경에 매료당했지만 자신이 품은 유토피아적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오히려 그는 수개월 동안 고독과 박탈감을 견뎌야 했으며, 테오의 송금이 지연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그 후 파리에서 화상으로 명성을 쌓아가던 동생 테오와 합류할 생각을 잠시 해보지만 결국 뉘에의 작은 마을에 사는 부모 곁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 P99

수채화에 대해 휘슬러whistler가 한 몇 가지 흥미로운 말이 있어. "수채화는 악마적인 무엇이다"라든지, "그래, 난 이걸 두시간 만에 그렸지. 하지만 이런 걸 두시간 안에 완성하기 위해 수년간 일해야 했어." - P102

난 어떤 특정한 스케치를 완성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기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지식과 일반적인 기술을 습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 P102

새로운 난관들이 생겨난단다. 그러면 이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싸워야하지. - P102

[1883년 3월 11일]
종종 나 자신이 엄청난 부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단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나만의 일을 찾았기 때문이야 (어쩌면 지금 이 순간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내 마음과 영혼을 바칠 수 있고 삶에 의미와 영감을 주는 그런일 말이다. - P105

예술이란 인간을 항구로 실어가는 강력한 조류 같은 것이라는 어떤 확신이야. - P105

네게 장담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일이 점점 더 즐거워진다는 거야. 그 때문에 이렇게 말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더 큰 내면의 온기가 느껴진단다. 그래서 또 널 생각하게 돼.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건 네 덕분이니까. 어떤 치명적인방해물, 즉 직접적인 속박 없이 말이다. 때론 난관이 자극이 되기도 하지. 이제 일에 더 큰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가 왔단다. - P110

나의 이상은 더 많은 모델들과 함께 일하는 거야. 날씨가 춥거나 일거리가 없거나 배가 고픈 날, 내 아틀리에가 이 불쌍한 사람들 모두에게 피난처가 되어줄 수 있었으면 해. 이곳에 오면 온기와 먹고 마실 것이 있고 돈도 몇 푼벌 수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 지금은 이 일이 아주 작은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 - P110

이렇게 해서 구도가 잡히면 인물들 속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지. 그러려면각 인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단다. 실제로 나는 이 안에 있는 인물을 모두 연구했어. 그림은 목탄과 산악 연필, 인쇄 잉크로 그렸지. - P116

[1883년 7월 29일~30일]
어제와 그제, 로스다위넌 부근으로 산책을 나갔었지. 마을에서 출발해 바다쪽으로 가며 넓게 펼쳐진 밀받을 보았어. 브라반드의 밀밭만큼 아름답지는 않아도 아직 추수를 하거나 씨를 뿌리고 이삭을 줍는 사람들이 있더군. 올해 이런 풍경들을 모두 놓치고 말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때로 무언가 다른 소재가필요하다고 느끼곤 했지. - P126

최근 들어 자연과 정적이 그토록 호소력 있게 다가온 적이 드물었지. 이런 장소에서야말로 우리는 소위 말하는 문명 세계를 완전히 떠나 그 모두에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있단다. 때론 그저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런 장소가 필요해. 너도 나와 함께 여기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단다. 도비니의 첫 작품들이 탄생한 시대의 스헤베닝언을 상기시키는 그런정경 속에서 갖게 되는 느낌을 너도 공유할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자연 환경은 강력한 힘을 지닌 것 같아. 진짜 남자다운 일을 떠맡을 수 있도록 자극을 주거든.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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