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가 원근법을 통해
회화의 혁신을 이루어냈다면,
베네치아는 색채를 통해
회화의 혁신을 완성해냅니다. - P1

결국 자화상이라는
회화 장르가 탄생한 순간
우리는 북유럽 화가들의
강한 자의식을
목격하게 되는 거예요. - P1

북유럽에서 등장한 새로운 미술은
‘새로운 시대‘에 완전히
‘새로운 인류‘가 등장한 걸
보여주는 거예요. - P1

당시 사람들은
성당을 꾸밀 때 제대에
가장 많이 신경 쓰면서 그 위에
올리는 제대화에 정성을 아끼지
않았어요. - P1

이 책은 또 다른 르네상스로 떠나는 시간 여행입니다. - P6

사실 근대의 여명을 알린 르네상스는 이탈리아반도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유럽을 가로지르는 알프스산맥 북쪽에서도 거대한 변화의 시간은 다가왔고 이 움직임을 북유럽 르네상스Northern Renaissance라고 부릅니다. - P6

이 책은 북유럽 르네상스 미술과 베네치아 르네상스 미술을 한 권으로 엮어낸 점에서 새롭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두 지역은그간 일반적인 미술사에서는 거의 함께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번영하는 상업 문화라는 관점에서 플랑드르와 베네치아가 아주 매력적으로 연결되기에 미술에 있어서도 두 지역은 같이 살펴볼 필요가있습니다. - P7

결과적으로 이 책은 서양 근대 문명의 키워드를 자본과 개인으로압축해냅니다. 동시에 자본주의의 역사적 계보를, 그리고 그 속에서 개성을 갖춘 개인의 등장을 살펴볼 것입니다. 막대한 부의 이동에 따라 도시의 운명이 바뀌고, 그 속에서 한 걸음씩 성장해나가는새로운 시민 계층의 미술에 초점을 맞추려 했는데 이런 시도가 독자들에게 신선한 노력으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 P7

바다보다 낮은 땅. 둑을 쌓고 운하를 파고,
물길을 바꾸고 또 물을 퍼내고…
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 척박한 땅을 개척해
인간의 치열함이 깃든 곳, 플랑드르
그 가운데 ‘북유럽의 베네치아‘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도시 브뤼헤에서
사람들은 오늘날에도 배로 운하를 오가며
한때 무역이 활발했던 상업도시의 옛 영광을 느낀다.
- 로젠후드카이에서 바라본 풍경, 벨기에 브뤼헤 - P12

내가 그 그림들을 볼 수만 있다면
나는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할텐데.
--위다, 『플랜더스의 개」중 넬로의 대사 - P14

플랜더스는 대략 오늘날 벨기에의 북쪽 지역을 가리킵니다만, 원래는 벨기에 전역과 네덜란드의 옛 지명이에요. 보통 프랑스어로 ‘플랑드르‘라고 불려요. 플랜더스의 개』를 쓴 작가 위다가 영국 사람이라서 영국식으로 플랜더스라고 읽은 겁니다. - P16

『플랜더스의 개』 마지막 장면에서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가던 넬로는 평소에 꼭 보고 싶었던 그림이 있는 성당으로 향해요. 이 그림은 오늘날에도 안트베르펜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있습니다. - P17

그리고 넬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그림은 17세기 화가 루벤스가 그린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입니다. 루벤스뿐만 아니라, 빛의 미술가라 불리는 렘브란트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그림으로 유명한 베르메르처럼 미술사에서 빛나는 화가들이 모두17세기 플랑드르에서 활동했어요. 잘 알려진 19세기 화가 빈센트반 고흐도 이 지역 출신이고요. - P19

라인강의 하수구 - P27

스스로 사자라 여긴 사람들 - P29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비슷한 환경 속에서 저지대지역 사람들은 스스로를 용맹한 사자로 생각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스로를 용맹한 호랑이로 여겼다는 점이 흥미롭지요. - P31

프레임 아랫단에는 "얀 반 에이크가 1433년 10월 21일에 그렸다"고쓰여 있고 윗단 중앙에는 "Als Ikh Kan"이라 적혀 있습니다.
영어로 옮겨보자면 "As I can "이 되는데, 얀 반 에이크의 좌우명으로 알려져 있어요. 중간중간에는 그리스 알파벳을 섞어 썼습니다. - P37

어쨌든 이 말은 다양한 뜻으로 해석해요. 기본적으로 
"나/에이크는이 정도까지 그린다"라고 해석하는데요,  조금 과장하자면 "나/에이크는 이렇게 잘 그린다" 라고도 할 수 있죠. - P37

그래서 어떤 학자는 이 그림이 얀 반 에이크가 사람들에게 자신의실력을 증명할 때 쓰던 일종의 보증서였다고 봅니다. 누군가가 얀반 에이크에게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느냐고 물으면 이 그림을 보여줬다는 거예요. - P39

미술사에서의 북유럽과 남유럽 
미술사에서 북유럽은 알프스산맥 이북 지역 전체를, 남유럽은 알프스산맥 이남 지역 전체를 일컫는다. - P40

1430년에 접어들면서 알프스 이북 지역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정밀하게 보여주는 그림이 등장합니다. 이렇게 놀라운 사실성을 갖춘 미술을 아르스노바Ars Nova 라고 합니다. - P41

라틴어로 ‘새로운 미술‘을 뜻하죠. 중세 때의 장식적이고 호화스러운 미술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술이 나타났다는 걸 의미해요. - P41

이 시기 북유럽에서 등장한 새로운 미술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방식이 변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크게 보면 ‘새로운 시대‘에 완전히 ‘새로운 인류‘가 등장한 걸 보여주는 거예요. - P41

19세기 문화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는 르네상스 시대를 개성의시대, 즉 개인의 인격이 비로소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시대라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의 확실한 근거가 바로 이 시기 알프스 이북 지역에서 등장한 개인초상화입니다. 왕이나 영주뿐만 아니라 아주 평범한 사람들, 그러니까 시민들이 그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드디어 열린 겁니다. - P64

땅이 척박한 플랑드르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상업이 발달했다. 플랑드르 사람들은 그런환경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만큼 자의식과 독립심이 강했다. 이런 특징은 플랑드르에서그려진 초상화에서 잘 드러나며 곧 시민 계급의 탄생과도 연결된다. - P67

플랑드르
위치 오늘날 벨기에 북부 지역. 예전에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일부 지역도 포함.북해로 나아가는 입구에 자리함.
→ 땅이 해수면보다 낮아 척박했기에 상업에 주력.  북해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
→ 상업을 통해 축적한 부를 기반으로 큰 자유를 누리며 자의식 성장. - P67

부르주아 
성안에 사는 사람들, 즉 시민, 상인, 장인 등 새롭게 부를 거머쥐며 등장한 신흥 계층, 높은 정치의식을 갖춤.
자부심을 강하게 담은 초상화들이 등장. 강렬한 시선 처리와 정교하고 사실적인 세부 표현, 이중 의미가 특징. - P67

시민경제는 시장경제다.
시장이 중심 역할을 하지 않는 시민경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루이지노 브루니, 이탈리아 경제학자 - P68

위의 오른쪽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팔라초 베키오가 그 전형적인예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건물이 시청사 역할을 했는데 브뤼헤에서는 시장 역할을 했다는 점이 다르죠. 어떻게 보면 플랑드르에서는 도시 자체가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 P76

그만큼 플랑드르에서는 시장이 중요했던 거군요. 그런 중요한 곳에서 있으니 종탑을 더 크고 높게 짓고 싶었겠네요. - P76

ㅣ증권 시장의 탄생: 자본시장의 시작 
브뤼헤의 경제 번영을 보여주는 굉장히 특별한 장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테르 뷔르제Ter Buerse라는 광장이에요. - P86

테르 뷔르제, 브뤼헤 
테르 뷔르제 광장은 15세기의 금융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테르 뷔르제집안이 운영하던 여관은 세계 최초의 증권 거래소가 열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 P87

뷔르제 가문의 여관이 점점 금융 거래의 중심이 되자 그 주변으로외국 상인들이 출신지별로 모이는 장소가 생깁니다. 그리하여 이광장은 오늘날 금융가의 기원이 되었지요.
그럼 뉴욕 월스트리트나 여의도 증권가도 브뤼헤에서 시작한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신기합니다. - P88

한편 테르 뷔르제광장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지속됩니다. 프랑스어로 증권 거래소를 북스Bourse라 하고, 독일어로는 뵈르제 Börse라하는데요, 이게 다 여관 테르 뷔르제Ter Bucrse를 어원으로 삼아요.
영어로도 증권 거래소는 원래 부어스 Burse로 불렸는데 18세기에 국가로부터 왕립 거래소라는 명칭을 부여받아 이름이 바뀌었죠. - P89

증권 거래소라는 단어의 시작이 여관 주인 이름이었다니 생각도 못했어요. - P89

브뤼헤에 가셨을 때 테르뷔르제 광장에 앉아 ‘여기서 현대 금융이 시작되었구나‘ 생각하시면 더욱 뜻깊지 않을까요? - P90

주목해야 할 것은 자본주의의 시작점이 공교롭게도 르네상스 시기와 겹친다는 점입니다. - P91

자본주의의 출발선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거예요. 그렇다면 무엇을 자본주의라고 할까요? 쉽게 말해서 자본주의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 체제라고 할 수있죠. 다만 자본주의를 세부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중 무엇을 우선으로 둘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마다 기준이 다 달라요. - P91

그런데 학자들 대부분은 산업자본주의 이전에 상업자본주의가 있었다고 봐요. 즉 자본이 상업으로 활성화되면서 국제화된 시기가한발 앞서 자리잡았다는 거죠. 그 시점은 빠르면 15세기, 좀 늦게잡으면 16~17세기라고 합니다. - P91

증권 거래소의 기원이 브뤼헤에 있다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에요. 정리하자면 15세기에는 브뤼헤가 자본주의 세계의 중심이었고16세기에는 안트베르펜, 17세기에는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자본주의가 발전했던 겁니다. - P93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플랑드르에서 나타난 미술이 얼마나 새로웠는지 보여주면서, 그림 구석구석에 당시 브뤼헤 시장에서팔리던 상품들까지도 아주 잘 반영해놓았거든요. - P94

플랑드르는 시장을 중심에 두고 도시가 발전했다. 상업자본주의의 고향이라 할 만한브뤼헤에서 15세기에 최초로 탄생한 증권 시장과 미술 시장은 16세기에 이르면안트베르펜에서 더욱 크게 발전한다. 이러한 시장의 활력이 북유럽 르네상스를 움직이는 힘이었다. - P105

브뤼헤
위치 북해에 가까운 내륙.
만에 위성도시 다머를 건설해 국제 항구도시로 발전.
1500년경 즈빈만에 모래가 쌓이기 시작하며 쇠락. 이후 주도권은 안트베르펜으로 - P105

그림에 대해서 기술하는 것은
그림을 재현하기보다는
그림에 대한 사유를 재현하는 것이다.
- 마이클 박산달 - P106

장르타베르니에, 미사를 드리는 선량공 필리프, 15세기, 브뤼셀왕립도서관 
부르고뉴 3대 공작 필리프는 나라를 잘 다스려서  ‘선량공‘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미사를 드리는 방 한쪽에 공작을위한 기도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검은 옷을 입은 선량공 필리프는 앞쪽에 두폭화를 펼쳐서 걸어놓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 - P117

앙제 성 
프랑스 서북부의 도시 앙제에 자리한 이 성에 태피스트리박물관이 있다. 이곳에서 14세기에 제작된 호화로운 태피스트리를 감상할 수 있다. - P123

왕실에서 태피스트리 제작에 몰두한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태피스트리는 ‘노마드를 위한 벽화‘라고 부르기도 해요. 다시 말해 ‘움직이는 벽화‘입니다. 둘둘 말아서 가지고 다니다가 언제 어디에든 걸어놓을 수 있으니까요.
앞서 보신 것처럼 규모도 큰 데다 장식도 무척 호화로워서 태피스트리를 걸어놓으면 어디든 아름답고 화사한 공간으로 바뀌지요. - P127

높이도 높이지만 벽 너비가 140미터가 되는 방을 가진 집도 드물지요. 이런 태피스트리를 소유하고, 또 벽에 걸 수 있다는 것 자체가엄청난 부와 권위를 상징해요. 그러니 당시 궁정에서 태피스트리를최고의 미술로 쳤을 만합니다.
높은 집중력과 노동력, 제작 비용을 필요로 하는 태피스트리를 만들 정도로 재력이 있고 그것을 걸 웅장한 공간까지 갖추었음을 한꺼번에 과시할 수 있으니까요. - P130

부르고뉴 와인과 에스카르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는 원래 부르고뉴의 전통 음식이다. - P132

송아지 한 마리에 독피지가 약 3~4장 나온다고 치면 송아지 50~70 마리가 이 책을 위해 몸을 바쳤겠죠. 이런 동물 가죽으로 제작된책장을 자세히 보면 벌레 물린 자국도 가끔 보입니다. 자기들끼리싸우다가 물고 물린 이빨  자국이 나 있기도 하고요.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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