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질 거야.

차 안에 나나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평상시와 다른 소리로 울고 있었다. 왜 그럴까 싶어 조수석을 쳐다보며 이동 장에 왼손을 뻗은 순간, 엄청난 충격이 일어 앞 유리를 봤다.

"유전인데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그런고로 나는 이만 자러 갈게."
가즈키는 그렇게 말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거실을 나갔다.
그런고로는 무슨, 저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

"네, 그렇습니다. 갑자기 이런 전화를 드리면 의심스러울 수도 있지요. 일단 제가 이 전화를 끊을테니, 아게오서 대표번호로 전화를 주십시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금방 나옵니다. 그다음에 교통과 사와다를 찾으시면 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니가 틀림없습니다. 이제……… 천을 덮어주십시오.

"그만둬."
마사키의 말에 구미가 놀란 듯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무심코 거친 말투가 튀어나왔다.
"보지 않는 게 좋아."

"봉지 얼음 두 봉을 사셨습니다."

"차가 없던데, 어떻게 된 일이니?"
그 후 차로 오케가와역까지 가서 유료 주차장에 세운 뒤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아아......."

자신이 들이받은 것은 사람이 아니다. 만약 사람이었다면 이 시간까지 발견되지 않을 리가 없다.
뉴스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뉴스에 보도되지 않았으면 이 불안한 마음에서 당장 벗어날수 있다.

P화면에 갑자기 아버지 얼굴이 나타나 질겁하여 리모컨을 떨어뜨렸다.
교육평론가인 아버지가 해설을 맡은 시사 정보 프로그램이었다.

이어서 바뀐 화면을 보고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도롯가에 정차한 순찰차 영상과 함께 ‘차에 200미터끌려가, 여성 사망‘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이대로 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사람을 죽이고 말았다.
그것이 변하지 않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이대로 양심의 가책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항상 TV에서 엄격한 발언을 하는 아버지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지탄받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을앞둔 누나는 파혼을 당할지도 모른다.

전화를 끊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얼른 손잡이를 붙잡았다.
경찰이 어떻게 그 차에 도달한 걸까. 헤드라이트도 사이드미러도 깨지지 않은 덕에 현장에는 그차를 특정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터였다.

전후에 태어난 신지로는 그전까지는 전쟁은 과거의 일이라고만 인식했다. 그런데 노리와의 이야기를 듣고 전쟁이 없는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어 다툼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노리와와 마찬가지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결론에 도달해 자신이 맡은 교사라는 직업에 열정을 기울이게 되었다.

얼굴을 마주하기만 해도 기분이 우울해질 텐데 사무실에서 단둘이 있어야 하다니.

"뺑소니 사건을 일으켜서 체포되었어. 어젯밤부터 뉴스에 나오던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사야마 씨도 그런 농담을 하네요."
"농담 아니야!"

"그날 밤에 구보도 껴서 마가키랑 술을 마셨는데, 녀석은 꽤 취한 상태였어…………. 도대체 운전은 왜한 거야. 바보 같은 녀석…………."

"당신에게는 접견 등 금지 결정이 내려져 있습니다."

"경찰한테 말했는데요■■■■….‘
"기소될 때까지는 당신이 경찰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저희가 알 길이 없거든요."
그렇구나, 하고 두 사람의 이름과 선술집 이름을 댔다.

"집행유예・・・・・・."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경찰과 검찰은 당신이 사람을 친 것을 인식하고 그대로 도주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증거를 확보할 겁니다. 법원이 그것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달렸지요."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에게 보석이 인정된 케이스는 매우 드물거든요."
사람을 쳤다는 인식이 없다고 말하는 한 보석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걸까.

이런 짐승은 무조건 사형이지.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친 데다 200미터나 끌고 가서 죽이고 도망가다니 말도 안 된다.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구역질이 난다.
공부는 잘했을지 몰라도 인간성은 유치원생 수준. 아니, 그렇게 말하면 유치원생한테 실례인가.

인터넷의 글은 쇼타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까지 겨냥하고 있었다. 부모님과 누나의 이름과 직장명..
이 노출되고 쇼타와 함께 살고 있던 가족에 대한 온갖 욕설이 난무했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은 무시무시했다.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여기는 망령이 자주 나오거든. 숨기는 것이 있으면 취조받을 때 순순히 털어놓는 게 좋을 거다."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 모르는 것이나 고민거리가 있으면 아버지는 늘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주었다. 그런 아버지를 신뢰하고 존경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가장 아버지의 해답이 필요한 순간이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묻고 싶었다.

그렇다.
그랬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내가 사람을 치었다는 것을………….

‘저희 가족은 어머니가 피고인에게 살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등 뒤로 증오의 시선을 느끼며 쇼타는 서둘러 법정을 나갔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아니, 살아야 한다.

판결의 다음 날부터 14일 이내에 항소하지 않은 쇼타는 징역 4년 10개월의 형이 확정되었다.

항소하면 변호사 비용이 더 들 테니 더 이상 부모님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다.
그리고 항소한다 한들 구치소 감방에 갇혀 지내는 생활에는 변함이 없을 테고, 승산이 희박하다는것은 교도소에 갈 날이 미뤄지기만 할 뿐이라는 뜻이리라.

‘신입자 대기실‘ 팻말이 걸린 방에 들어갔다.

"들어가."
안으로 들어가니 다다미 세 장 크기의 방이었다. 좁지만 화장실과 세면대가 달려 있다.

"신입 교육을 일주일쯤 받은 뒤에 잡거감방‘으로 옮길 거다."
교도관이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았다. 자물쇠를 채우는 메마른 소리가 귀에 울렸다.

"다시는 오지 마라."

교도소에 들어오기 전과, 들어와서 한동안은 하루라도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사회로 나가는 것이 현실이 되자 지레 겁이 나서 일부러 징벌을 받을 만한 일을 벌인 것이다.

체크인을 할 때 어머니는 결혼 전의 구성을 댔다. 쇼타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저희 가족은 어머니가 피고인에게 살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저히 피해자 유족을 만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감방 동료 중에는 교도관의 눈을 피해 자위행위를 하는 자도 있었지만 쇼타는 그런 욕구에 휩싸인적이 없다. 교도소에서 지내는 동안 한 번도 사정하지 않았고, 지금 이 수영복 화보를 봐도 아무 감흥이 없는 자신을 보며 동물로서 필요한 기능이 그 사건으로 인해 결여된 것이 아닌가 하고 약간 불안해졌다.

편의점 점원의 담백한 인사가 아닌, 인력사무소 직원의 업무 지시가 아닌, 수상쩍은 중년 남자불평과 잔소리가 아닌,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이 못 견디게 외로운 마음을 누군가 채워주었으좋겠다.

누군가와 어울리고 싶다……………

과거의 친구를 잃었다 해도, 원하면 누군가와 어울릴 수 있다. 마에조노나 이 순간 자신을 다정하게 치유해주는 여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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