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 이후 조선의 대청對淸 정기 사행은 성절ㆍ정단ㆍ동지에 연공 납부를 더한 네 차례, 즉 ‘1년 4행’으로 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성절ㆍ정단ㆍ동지 등은 모두 옛날 사람들이 해마다 축하하고 기념하는 절일節日, 즉 명절이었다. 성절은 ‘성탄절聖誕節’이라고도 하는데 황제의 생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이야 크리스마스를 가리켜 성탄절이라고 하지만 원래는 황제의 생일에나 쓰는 말이었던 것이다. ‘만수성절萬壽聖節’ 또는 ‘만수절萬壽節’이라는 말도 썼는데, 글자 그대로 만 년을 장수하라는 축수祝壽의 의미였다.
오늘날에도 북한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최고 지도자의 생일을 국경일로 기념한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옛날의 왕조 국가에서 군주의 생일이 명절 가운데 하나였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단은 음력 정월 초하루, 즉 새해 첫날의 아침을 가리킨다. 정조正朝, 원단元旦, 원조元朝라고도 썼다.
오늘날에도 중국에서는 ‘춘제chun jie[春節]’라는 이름으로 정월 초하루를 연중 최대의 명절로 쇤다. 우리나라에서도 설날은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기도 하지만, 설날에는 떡국을 차려놓고 나이를 한 살씩 먹게 된 것을 모두 함께 기념한다.
동지는 24절기의 하나로 연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오늘날, 특히 도시에서는 동지 하면 팥죽 정도를 떠올릴 따름이지만 옛날에 동지는 1년의 새로운 주기가 시작되는 중요한 명절이었다.
음陰의 기운이 극점에 도달하여 이제부터는 양陽의 기운이 점점 자라기 시작하는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전통 달력의 정월 초하루나 오늘날 달력의 1월 1일January 1이 사람에 의해 인위적으로 정해진 1년의 첫날이라면, 동지는 우주의 자연이 정한 1년의 첫날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명ㆍ청의 황제들이나 조선의 왕들은 큰 제사를 거행하여 동지를 기념하였다. 요즘 달력으로 동지는 12월 21일이나 22일에 오지만, 음력으로 동지는 늘 십일월에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동지가 반드시 십일월에 오도록 달력을 만들었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달을 십이월 대신에 섣달로 부른 것처럼 십일월은 동짓달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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