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건 대부분 울적한 것이야."
유감스럽지만 시즈카도 반론할 여지가 없었다. 선은 어렵고 악은 쉽다 판사로 일했던 40년 세월 동안 뼈저리게느꼈다. 정의를 따르는 데는 귀찮은 수속과 각오가 필요한데 악행을 하는 데는 아무런 준비도 필요하지 않다. 한순간 양심에 뚜껑을 닫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사람의 마음도 제도도 마찬가지다.

하여튼 사람은 계급을 만들고 싶어 한다. 자기 아래에 다른 사람을 놓고 싶어 한다. 수입의 많고 적음도 사회적 지위와도 관계없는, 어쩌면 사람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통역하면 세계화, 지구 규모화라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나라와 나라 사이를 가로막던 구조와 법률이 철폐되고사람 · 물건 · 돈이 국경을 넘어 찾아오는데 이는 꿈도 미래 이야기도 아닌 2005년 현재 시작된 일입니다. 쉽게 말해외국 기업체가 일본 시장에 진출하거나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난 것 등입니다. 장벽이 없어지면 균일화가 진행되어나라와 지역마다 격차가 없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당연히 단점도 있습니다. 해외에서 싼 노동력이 흘러들어오기때문에 젊은 층의 취업 사정이 악화하는 것입니다. 한편 고령자 쪽은 연금 제도가 파탄 나지 않는 한, 현역 때 벌었던 금액 이상의 연금을 받기 때문에 가장 유복한 세대가 되리라고 예상됩니다. 그리고 어느 시대든 악당은 돈이 많은 곳을 노리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한 군데에 봉을 모아놓고 고사카이가 열변을 토한다. 우스이의 증언을 생각하면 추임새를 넣거나 회장을들뜨게 만드는 바람잡이도 섞여 있었겠지. 요컨대 영감 상법"을 응용한 것인데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은 노인이 앞다퉈 먹이에 달려든다.
* 상품이나 서비스에 영험한 힘이 있다고 속이고 파는 상술.

사기죄 구성 요건은 기망→착오→교부(처분) 행위→재산의 이동이라는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안건의 경우,우선 문제는 기망에서 착오의 단계로, 투자 어드바이저인 고사카이의 기망을 증명하기 어렵다. 아마도 틀림없이 고사카이도 사기 그룹의 한 사람이겠지만 ‘시니어 서포트 주식회사 상장 준비실‘에서 설명을 의뢰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면 입증은 어렵다. 게다가 업적 악화와 분식결산 사이의 인과 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어서 기업이사기 행위를 저질렀다고 입증하기 힘들다. 모두에게 보여준 자료는 ‘시니어 서포트‘ 측에서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고사카이 자신도 피해자가 된다.

속은 쪽에도 책임이 있다.
남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마라.
물론 그것도 사고방식의 하나이지만 시즈카는 이에 완전히 동의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왜냐하면 그건 법의정신을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헌법은 인권을 인정하고 법률이 그 확대를 억제한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있다.건강한 자보다 병든 자를, 부자보다 가난한 자를, 그리고 강자보다 약자를 돕는다.

법이 약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믿기에 나는 여자면서 판사를 목표로 했다. 여성의 위치가 지금만큼 인정받지 못했던 시대였기에 더욱 그랬다. 판사 임명을 받았을 때도 정당함보다 상냥함을 우선으로 하는 재판관이 되자고 결심했다. 엄격하고 준엄하더라도 마음속에 확실한 조리만 있으면 상냥함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눈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노인이 울고 있다. 불합리와 악랄과 기댈 곳이 없음에 분노해 비관하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어떻게 법조계에 몸을 담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빠른 사람이 임자라든가, 투자가인 당신들에게만이라든가, 요컨대 자신은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쉽게 걸려들지. 다른 사람이 어떻든 자신만 이익을 보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꼬임에 빠지는 거야. 본래 몇백 만,
몇천 만 엔이라는 돈은 말라서 더는 나오지 않을 정도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일해야 얻을 수 있는 금액이야. 그걸 그저 자고 일어난 것만으로 손에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시점에서 나는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해."

적어도 재판관 자리에서 본 경험과 비교해 보면 사기 피해자는 대개 자신을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명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당연히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사기꾼에게 그런 사람만큼 알맞은 사냥감은 없다. ‘묘하게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 쉽다‘라고 사기 상습범에게 여러번 들은 적이 있다.

타인보다 현명하니까 자신은 그들보다 대접을 더 받아야 한다. 그래서 뜻밖의 행운도 선민의식도 당연하다 옆에서 보면 웃음이 나오는 이론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존재 의식이 된다.

"그렇지만, 겐타로 씨. 그것도 역시 강자의 논리예요. 궁지에 빠진 쥐도 고양이를 물어요. 학대당한 사람, 궁지에몰린 사람이 역습하는 것은 본능일지도 몰라요. 천성까지 법률로 판가름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일리 있는 말이군. 하지만 시즈카 씨. 전에 어느 법률가에게 들었는데, 재판은 범죄 행위를 판가름하는 것이지 죄를 저지른 사람의 마음을 판가름하는 건 아니라더군."
"맞아요. 법률은 사람 마음을 제어할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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