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상티망 같은 피해의식이 있어요. 아라시마 씨가전형적인 그런 부류죠." *실패자가 성공자에게 품는 증오, 질투, 원한, 복수심.
"그 사람들은 될수있으면 소설처럼 귀찮은 것은쓰고 싶지 않아해요. 그러니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돌려쓰기처럼 다른상에서 낙선한 작품으로 다른신인상에 또 응모하죠. 그들은 작가라는 타이틀을갖고 싶을 뿐입니다. 현실의 자신을 과거에 묻고 작가라고 소개하며 거들먹거리고 싶은 거죠. 그런 놈들이 득실득실합니다."
라시마 씨. 이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우리회사는 『변화의 조기 문고화‘와 『유현의 숲』의 동시 출간을 결정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보통 책을 단행본으로 먼저 출간한 다음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문고판으로 재출간한다. 그 대단한 이누카이도 말문이 막혔다. 살인사건피해자와 범인, 두 사람의 작품을 팔아먹으려는 심산이다. 그야말로 기회를 놓치지 않는 민첩함과 빈틈없는상술에 이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말을 떠올렸다.
"인간의 체온은 외부 온도와 상관없이 항상 일정온도를 유지해. 하지만 자율신경에 이상이 오면 체온 조절이 불가능해져서 신체 기능에 지장을 주지. 즉 원인은 자율신경 이상이기에 동사가 반드시 추운곳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란 말이야. 설령 한여름뙤약볕이라고 해도 조건만 맞으면 동사해. 원래 동사라는 건 특이소견이 적긴 한데, 저온 상태에서 헤모글로빈과 산소가 결합해 산소 헤모글로빈 농도가높아지므로 시반이 선명한 붉은색을 띠어. 같은 이유로 좌우 심실의 혈액 색상에도 차이가 나지. 그리고 온몸을 도는 심장의 피는 추출해서 내버려 두면응고돼. 또 이번 경우에는 다른 요인으로도 동사를추정할 수 있어."
"알코올은 뇌를 마비시켜 일정량 이상을 섭취하면 심박 기능을 제어하는 뇌간부, 나아가 생명유지에 관여하는 중추 부분까지 마비시키지. 혈중알코올농도 0.40퍼센트를 넘으면 만취자의 절반은 한두시간 만에 사망해. 잘 걷지못하고 의식이 흐릿하고말도 제대로 못 하지. 한번 넘어지면 일어나지도 못해. 알코올 때문에 혈관이 확장돼서 빠르게 체온을빼앗겨. 공원 벤치에 쓰러지면 꼼짝도 못 하는 상황에서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지."
"빈축은 돈을 내고라도 사라, 라는게 우리사훈이라서요." 자조 섞인 웃음을 짓는 얼굴은 어딘가 측은하게느껴졌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시궁창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는 존재는 물고기 정도일 테다.
"자신이나 자신이 몸담은 조직을 정당화하는 인간보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인간을 더 믿을 수 있거든요. 자신과 다른 사람의 능력을 옳게 평가할 수있으니 일을 할 때도 실패가 적죠."
이누카이는 종이 한 장을 더 꺼냈다.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변화는 계절만의 것이아니다. 시대도 유행도 마치 가을 하늘의 구름처럼흘러간다. 내 주위에서는 아내의 태도가 그러했다. 예전에는 햇살처럼 따스했던 아내가 지금은 북풍처럼 차갑다. 그것은 마치 온도를 한껏 내린 냉장고처럼………."
"너처럼 살면 너 나 할 것 없이 다 나쁜 인간으로 보이나 보지." "그건 아니지." 데루유키는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간은 원래 다 나빠.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이지." "너란 놈은!"
"옛날부터 도덕주의자였던 형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 인간은 누구나 가슴속에 악의를 품고 있어. 우리 야쿠자들의 악의는 겉으로 티라도 나니 애교지. 아무튼 간판이니까. 그런데 평소에 숨기고 있는 아마추어들은 감당이 안 된다니까."
노노개호: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사회현상을 뜻하는 말로,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나타난 신조어,
"바뀌었다기보다는 완화됐다고 해야겠지. 성동일성 장애자의 성별 취급에 관한 특례법, 이름이 길지? 성별을 바꾼 것을 사회가 인정한다는 뜻으로, 요점은 뭐 호적이나 주민등록표 내용을 변경하는 거야. 그 조건이 예전보다 완화됐어요. 즉 세상이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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